사자 또는 심부름꾼의 뜻을 가진 ‘메신저’가 오늘날과 같은 인스턴트 메신저의 의미로 사용된 것은 지난 97년 미국의 아메리카온라인(AOL)에 의해서다. 당시 세계 최대 PC통신 회사였던 AOL은 회원들의 접속상태를 보여주던 ‘버디리스트’에 실시간(인스턴트) 대화기능을 추가한 ‘ICQ 메신저’를 발표해 네티즌을 깜짝 놀라게 했다.
메신저의 특징은 대화(채팅) 상대들의 네트워크 접속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즉시 응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 게다가 다자간 대화와 음성대화, 각종 파일의 전송은 물론이고 증권·쇼핑 등의 정보 채널로도 훌륭한 기능을 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의 귀를 의식해야 하는 유무선 전화의 단점도 메신저는 완벽하게 해결하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이동통신서비스와의 결합을 통해 유무선 커뮤니케이션 통합 축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래서 메신저는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e메일을 단숨에 제치고 가장 인기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떠올랐다.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는 메신저는 범용만 30여 종. 특정기업(기관) 또는 특정분야 전용으로 사용되는 것까지 합치면 10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사용인구도 불과 2∼3년 만에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사용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업비밀 등의 유출을 우려한 일부 기업들이 메신저 사용을 금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최근 서비스 회사들이나 사용자들의 성향을 보건대 메신저 기능의 발전과 역할의 확대는 당분간 끝이 없을 것 같다. 엊그제 발표된 한 메신저 서비스는 자신의 접속상태를 알리지 않고 슬며시 상대방에 다가갈 수 있는 ‘슬며시’ 기능이 채택됐다고 해서 화제다. 로그인할 때 자신의 상태를 상대방에 노출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오프라인 로그인’기능도 마찬가지다. 대화상대의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된 메신저 서비스의 시초 아이디어가 무색해 진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기능이 전혀 새로운 양상의 범죄로 악용될까 두렵기도 하다. 메신저가 그려낼 앞으로의 사회상이 궁금해진다.
서현진 디지털문화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