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마다 올해 사업 결산과 내년 계획 수립으로 분주하다. 철저히 실적으로 평가받는 기업체의 사업 책임자는 그 어느때보다도 좌불안석이다.
아마도 IT업계에서 가장 숨 죽이는 쪽은 PC업계일 것이다. 벌써 우울한 소식이 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식이지만 꽤 솔깃할 정도의 소문까지 나돌아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국내 시장 수위업체의 PC사업 부문 적자가 수백억원에 이르고 일부 업체는 아예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들린다. 메이저 업체 간 인수합병(M&A)도 서서히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때 국내 IT산업을 떠받쳤던 ‘잘 나가던’ PC산업은 이제 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그나마 수출에서 선전하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일부에서는 ‘썩어도 준치’라고 위안하며 PC업계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전과 같은 좋은 시절이 다시 오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수요가 정점에 달한 데다 경기불황까지 겹쳐 국내 시장이 반 토막 나 좀처럼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PC산업이 불황의 골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가가치를 잃었기 때문이다. PC기술은 이미 보편화됐으며 그나마 내세울 만했던 생산 기반은 대만·중국 등으로 뺏긴 상황이다. IT기술이 발전하고 컨버전스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PC 단품만으로는 더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 불가능하다.
한 해를 정리하는 시점에 있는 PC산업은 그래서 지금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지금처럼 외부 요인을 탓하며 무작정 수요가 꽃 피기만을 학수고대할 수 없다. 프로모션과 마케팅만으로도 한계가 있다. 미디어센터PC·디지털홈·차세대PC·PDA폰 등 이전과 다른 개념의 제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시장을 만드는 건 역시 신제품이다. 또 새로운 제품만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PC산업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다양한 디지털기기의 기본 인프라는 컴퓨팅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도 디지털에 민감하고 신기술에 관심이 많다. PC산업의 재도약은 결국 PC업계에 달려 있다. 막힌 물꼬를 트는 것도 결국 PC업계 종사자의 몫이다.
컴퓨터산업부 =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