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숨 고르기’ 돌입?
10여 년 간의 고속성장 후 처음으로 정체를 경험한 SK텔레콤(대표 김신배)이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속도 조절을 시작했다. 조직개편에서 회사의 성장전략 기획과 조정기능에 힘을 싣고 있고, 인사에서는 예년에 비해 승진자를 대폭 줄여 ‘고속성장형’ 인사를 지양하고 나섰다. 대신 인력 육성을 최대 과제 중 하나로 꼽아 인력구조 개편을 통한 긴 호흡의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뒀다.
SK텔레콤은 최근 부장급 이하 인사를 발표하면서 예년보다 승진자를 대폭 줄인 인사를 냈다. 최근 진행된 부장들의 인사평가에서도 후한 평가를 아껴 12월 중 마무리될 임원인사에서도 승진자 수를 한 자릿 수 선에서 최소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전무 승진의 경우 올 초 승진자가 많아 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찌감치 나왔다. 또한 사옥이전으로 조직개편은 앞당기면서도 주요 임원 인사는 내년 초로 미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급하게 성장을 해 오다 보니 인력구조가 윗 부분이 두꺼운 항아리구조로 변했다는 지적이 많다”며 “이젠 좀 천천히 가자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말했다.
조직개편에선 전략기획부문에 사업전략팀과 투자관리팀을 신설, 회사의 성장전략과 관련한 기획과 조정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투자관리팀은 신규사업부문에 있던 자회사 총괄 기능을 가져온다. 전략기획 강화는 ‘기획통’인 김신배 사장 취임 이후 일관 되게 유지돼온 방향이기도 하지만 이번 개편은 단말기, 위성DMB 등 자회사를 통한 신규사업 진출의 고삐를 늦추고 보다 전략적인 수종사업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기술부문도 기술기반의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사업화 까지 추진하는 기능을 확충하고 부문 내에 마케팅 기술개발 기능까지 더해 신규 수종사업 찾기에 초점을 맞췄다.
경영지원부문은 미래경영연구원의 인력개발 기능을 가져오고, 인재 육성과 교육 기능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강화된다. 장기적 성장전략의 핵심인 인력양성을 경영지원부문 내로 모아 실행력을 키우겠다는 의미다.
마케팅 조직인 비즈니스부문과 커스토머부문은 일부 마케팅 기술개발 기능을 떼어내 전략기술로 보내는 등 소폭의 조직 축소가 예상된다.
반면 글로벌 사업을 주도하는 신규사업부문만은 올 상반기 조직확대에 이어 인원확대를 단행키로 했으며 본궤도에 들어선 베트남 사업 관리는 본부급으로 승격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들은 이 같은 ‘속도조절’이 그간 성장국면과 달리 회사가 정체국면에 접어들어 차세대 성장동력을 면밀히 모색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점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 경영지원 등 스텝 부서에 SK(주)측 임원이 들어오는 상징적인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이종 산업계 진출과 협력구도 모색을 앞두고 그룹과의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특히 내년 3월 그룹의 경영권 문제가 정리된 이후 이미 예고된 SK그룹의 ‘지분이 아닌 브랜드 중심의 강력한 통합’이 어떤 형태로든 강력히 추진될 예정인 가운데 이를 위한 관리 모드 전환의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