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초고속인터넷 확장일로

 지난 8월 필라델피아는 시 전역을 초고속 와이파이 인터넷 접속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해 통신업계를 뒤흔들었다.

 이 발표 이후 펜실베이니아주 대부분의 지역에 DSL을 공급하는 지역전화 사업자인 버라이존은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공격에 나섰다. 이 회사는 ‘정부 보조를 받는 서비스와 경쟁하면서 네트워크 성능 향상을 위해 수억 달러를 지출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강변했다. 버라이존의 주장은 결국 주 의회로 전달됐으며 주 의회는 본질적으로 버라이존 편을 드는 복잡한 법안을 승인했다. 이 법안은 사실상 펜실베이니아에서 버라이존의 사전 허가없이 요금을 지원하는 광대역 네트워크를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버라이존은 이 갈등 과정에서 비록 강력한 로비력을 보여줬지만 바다를 양동이 하나로 막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무선 네트워크는 유선 전화나 케이블 시스템보다 설치 비용이 훨씬 더 저렴하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몇몇 초고속 무선인터넷 서비스업체 가운데 한 업체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 선택의 폭은 정부가 아닌 민간부문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 소재 신생업체인 메트로파이는 샌타 클래라 시내의 거의 모든 주거지역을 포괄하는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설치 중이다. 메트로파이는 전화접속보다 20배 이상 빠르고 DSL과는 비슷한 속도인 1GB 접속 서비스를 월 9달러95센트에 제공하고 있다. 샌타클래라시는 메트로파이 송수신 장치를 설치할 곳으로 시 소유 전신주의 공간을 임대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지역 시내전화회사 SBC나 케이블 회사 컴캐스트는 메트로파이가 불공정 경쟁행위를 한다고 주장할 근거가 없다.

 버라이존이 일부 소유하고 있으나 별도로 운영되는 휴대전화회사 버라이존와이어리스는 단지 월 15달러에 무제한 무선 광대역 소비자 서비스를 현장 시험중이다. 이 서비스는 메트로파이 속도의 절반 정도인 초당 300∼500KB로 휴대폰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전달하는 이른바 ‘EVDO’를 사용하고 있다.

 버라이존와이어리스의 이 서비스는 현재 16개 대도시 지역에서 이용 가능하며 다양한 가격대의 서비스를 할 것이다. 이같은 저렴한 요금제가 나오면 아마도 많은 사용자들이 마치 집안의 유선전화를 취소하고 휴대폰만을 사용하듯 DSL이나 케이블모뎀 서비스를 끊을 지 모른다.

 지난 10월 AT&T 와이어리스를 인수한 이후 미국 최대 휴대전화회사로 부상한 싱귤러와이어리스도 “오는 2006년 말까지 대부분 대규모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인 UMTS를 사용한 자체 초고속 네트워크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UMTS는 초당 400∼700 KB의 속도를 내기 때문에 EVDO 보다 훨씬 더 빠르다.

<제이 안 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