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와 관련한 굵직한 이슈는 다섯 가지, 즉 뉴딜정책, 부동산시장과 건설경기, 신용불량자와 가계부채, 북핵문제, 경제성장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경제성장과 관련해 지난 10월 말, KDI는 분기마다 내놓았던 분기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지 않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행정수도 위헌 결정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KDI가 분기별 전망보고서를 내지 않은 것은 외환위기 직후였던 97년 4분기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매년 4분기에 내놓는 전망보고서에는 다음 해 경제전망 내용도 함께 실린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까닭에 KDI의 발표는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증폭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 경제의 불투명성을 지적한 곳은 KDI뿐만이 아니다. 올해 성장률을 4.3%로 가장 낮게 내다봤던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번에도 3.7%라는 최악의 수치를 내놨다. LG경제연구원도 4.1%를 전망해 부정적인 대열에 합류했다.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 그래도 한 가지 방향성은 나타난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바로 그것이다. 요즘 중소 IT기업 사장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지난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내수경기가 한파처럼 꽁꽁 얼어붙어 기업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수경기가 이렇듯 어려운 상황이고, 내년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경협이니 북한과의 협업이니 하는 주제들이 국내 중소기업인들에게 얼마나 현실감 있게 피부에 가 닿을지 의문이다. 얼마 전 전자신문에 실린 임완근 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의 통일칼럼 기고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간 북한에 진출했던 중소기업 800여 곳 대부분이 실패했고 단 한 개의 기업도 평양에 상주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과, 미미한 실적보다도 기업들의 대북 투자에 대한 기대감 상실과 불신이 가장 안타깝다고 지적한 점이다.
어려운 현실 상황을 핑계 삼아 남북경협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제기한다거나 외면하는 일부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 경협은 남북통일이라는 민족적·국가적 대업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마땅히 추진해야 할 역사적 과업이다. 특히 IT분야는 북한의 기술력과 저렴한 소프트웨어 기술 인력 등을 활용해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산업이다. 별다른 설비투자나 물류비용에 큰 부담을 안 지고서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타 부문보다 투자 리스크가 비교적 적은 협력사업이라 남북경협에는 가장 안성맞춤인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정보 인프라가 취약한 북한에 초기 투자를 할 경우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그 쪽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등 투자 매력 또한 기대 이상으로 큰 곳이다.
IT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과의 IT 교류 협력은 기회이자 도전이다. 그리고 도전하기 위해서는 기회가 왔을 때 투자할 수 있는 힘을 보충해 놓고 있어야 한다. 남북 IT경협의 부진 원인을 단순히 정치적인 것으로 보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치적 돌출상황은 늘 있어 왔던 것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사실 최근의 불투명한 우리의 경제 상황과 남북경협이라는 어려운 문제의 해답은 단순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IT산업 활성화를 통한 내수 진작책이다. 국내 경제가 안정되고 기업 경영이 원만해지면, 남북경협도 새로운 사업 아이템과 투자를 통해 선순환 구조로 진행돼 활기를 되찾게 될 것이다. 국내 경기 활성화, 특히 국내 중소기업의 활성화와 남북경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고 한꺼번에 잡아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강태헌 케이컴스 사장 thkang@unisq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