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 빅3’인 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의 내년도 연구개발(R&D) 투자액이 사상 최초로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한다. 최근 주요 상장 IT기업들이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R&D 투자 비중을 되레 줄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휴대폰 빅3의 이 같은 공세적인 R&D 투자 전략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휴대폰 빅3의 R&D투자 강화는 첨단 차세대 단말기 개발을 통해 브랜드 파워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와 현지화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는 ‘글로컬리제이션’에 초점을 두고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니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시장의 기술 트렌드에 맞춘 우리 나름의 기술 로드맵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본다.
휴대폰은 반도체와 함께 우리 경제를 이끄는 효자 수출상품이다. 올 들어서는 기존 1위 수출품인 반도체를 조만간 추월할 것 같다는 성급한 예측이 나올 정도로 가파른 수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과 LG전자가 동기식 3G폰을 이스라엘과 스페인에 대량 수출하는 등 이제 유럽에서도 우리의 휴대폰 기술력을 인정할 정도다. 하지만 낙관만 하기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저가품 시장의 경우 중국산이 맹렬히 추격해 오고 있고 중고가시장에서 겨우 체면치레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해외 업체와 크로스 라이선싱할 핵심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메이저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업체는 악전고투를 면치 못하고 있다. 휴대폰의 첨단화로 핵심부품을 전량 해외에 의존, 원가 부담으로 인한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방송 융합시대를 맞아 휴대폰 기술 전쟁도 뜨겁다. 휴대폰 빅3가 R&D 투자를 대폭 늘린 것도 기술경쟁에서 밀려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여겨진다. 3세대(G), DMB·메가픽셀폰 등 중고가 제품에 대한 R&D 투자에 초점을 맞춘 것만 봐도 그렇다. 이를 통해 이제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그동안 우리는 휴대폰의 일부 성능 개선이나 디자인에만 신경을 썼지 원가 절감과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원천기술 개발을 등한히 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들 빅3가 복합멀티미디어기능을 가진 단말기 플랫폼 모델·차세대 유저인터페이스(UI) 등 고부가가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을 비롯, 첨단 컨버전스 단말기 개발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노키아·모토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의 R&D투자비가 매출의 10∼15%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기업들의 R&D 투자는 매우 적다. 하지만 휴대폰 빅3가 이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기술개발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게 우리가 시장에서 배운 냉혹한 현실이다. 디지털TV와 위성DMB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도 통·방 융합 법안 교통정리 등 현안을 서둘러 처리, 업계의 개발 의욕을 북돋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빅3의 야심 찬 R&D 투자가 휴대폰과 관련한 로열티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원천기술 확보와 소프트웨어 기술 향상에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