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상파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규격이 이달 초 ‘월드디지털오디오방송(DAB)포럼’ 기술회의에서 표준으로 채택됐다. 내년 1월에는 유럽공동체 표준으로 승인될 예정이다. 쾌거다. ‘지상파DMB는 본래 유럽 DAB규격(유레카147)이 뿌리라서 우리 것이 아니다’ ‘지상파DMB 안에 우리 특허가 과연 무엇이 있나(사실 삼성전자의 오디오방식인 BSAC이 채택돼 있다)’ 등 어떤 논리적 폄하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전세계 방송 규격은 유럽과 미국 간 격전의 역사며 일본만 독자 노선을 걸으며 한 다리 걸칠 뿐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방송규격을 논할 때 명함 정도 내밀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지상파DMB 규격을 고심해온 차세대디지털방송표준포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등 많은 연구자가 이룬 성과다.
그러나 마냥 박수만 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제 ‘비즈니스’를 고민할 시점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월드DAB포럼에서야 DAB에 기반을 둔 DMB 기술을 채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유럽 내 DAB서비스 제공업체들로선 기왕 가지고 있는 DAB 주파수에서 방송 영상까지 보낼 수 있다니 반가운 손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님을 사랑채에 불러 덕담은 나눌지언정 손님에게 안방을 내주는 주인은 없다. 지상파DMB를 표준으로 채택은 하겠지만 이를 전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유럽이 뛰어다닐지는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뛰어야 한다. 우리가 만든 지상파DMB시스템, 단말기, 소프트웨어 등을 들고 각 나라에서 서비스되도록 뛰어다녀야 한다. 그래야 지상파DMB 채택 국가가 속속 나올테고 그 나라들이 고스란히 우리 시장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직 누구도 주체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지상파DMB를 여기까지 이끌어온 정보통신부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정부는 단지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다. 정부가 주체로 나서긴 현실적으로 힘들다.
‘퀄컴과 CDMA’를 생각한다. 휴대폰 시장에서 유럽식 GSM에 대항해 CDMA를 이만큼 전파하고 키워온 것이 퀄컴이다. 물론 미국 정부가 음으로 양으로 도왔다. 지상파DMB에선 누가 ‘퀄컴’일까. 누가 지상파DMB를 통해 가장 큰 돈을 벌 것인가.
IT산업부·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