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반도체 투자에 거는 기대

 삼성전자가 오는 2010년까지 반도체 신규라인에 총 25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누적매출 20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결정은 반도체가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품목이자 산업의 쌀로서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더욱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술경쟁시대를 맞아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 없이는 시장우위를 지키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다른 기업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상당수 기업이 투자를 미루거나 기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신규라인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잘 알다시피 반도체가 오늘날 우리 수출의 주역이 된 것은 지난날 정부 지원 아래 삼성이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중해 기술개발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분야든지 가격이나 품질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누가 먼저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따라서 과감한 투자와 유능한 기술인력을 확보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오늘날 세계 반도체 산업의 강자로 부상한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 30년간 반도체로만 매출 110조원, 영업이익 29조원을 달성했고, 올해도 매출 18조원에 7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94년 이후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11월까지 반도체가 우리나라 총수출의 10.6%를 기록해 수출 1위를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고속성장 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가 제 역할을 다한 결과다. 그런 점에서 반도체는 우리 경제성장의 일등공신이자 디딤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급변하는 기술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반도체 신화를 계속 이어가려면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갈수록 심해지는 특허분쟁과 상계관세를 이용한 무역장벽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특허분쟁은 최근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대비하려면 기업이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개발로 더 많은 특허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격적인 선점 투자야말로 시장경쟁 우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지금까지 주로 PC가 기반이었지만 정보기술 환경이 DMB폰 등 모바일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메모리 분야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비메모리 분야로 전환해야 한다.

 실제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등에서는 외국에 비해 취약하다. 메모리 위주에서 비메모리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고집적 메모리인 고부가가치제품 생산에 나서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조립기술은 외국에 앞서 있지만 기초기술과 설계는 여전히 경쟁국에 비해 한수 아래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시스템온칩(SoC) 등 후속군을 육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래의 의외성을 염두에 두고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이번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결정이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위상을 더 높이고 연관 디지털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재도약해야 우리 수출도 늘고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