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네트워크 전문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와 일본 후지쯔가 지난 6일 라우터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두 회사간 제휴는 NTT 등 일본 통신업체들이 추진중인 차세대 IP(인터넷전화)망을 노린 전술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제휴로 시스코와 후지쯔는 통신업체용 라우터의 OS를 공동 개발하고 후지쯔는 내년부터 이 제품을 일본시장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노림수는 일본 통신시장=시스코·후지쯔 연합이 군침을 삼키고 있는 것은 NTT 등 통신 시장. NTT는 향후 6년간 총 5조엔을 투입해 총 계약회선의 절반 가량을 광통신망으로 교체하고 차세대 IP망도 구축할 계획이다. 양사는 이 수요 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스코는 영업력이 강한 후지쯔를 파트너로 택했다.
사실 후지쯔는 NTT의 수요 격감, 통신 버블 붕괴 등으로 한때 8000억엔을 넘던 매출이 최근 4000억엔대로 떨어졌다. 사내에서는 ‘통신사업 축소’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이를 기회로 판단한 쪽이 시스코다. 후지쯔가 그동안 일본 시장에서 축적한 신뢰를 기반으로 NTT를 공략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이다.
◇NTT를 놓고 미·일간 대결구도=열쇠는 NTT가 쥐고 있다. NTT의 와다 도시오 사장은 광통신망 구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차세대 IP망이 미래 통신 인프라인 만큼 IP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성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및 유럽업체들은 장애 복구가 늦고 관련 소프트웨어 개량에도 비협조적’이라는 내부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NTT의 한 고위 간부는 “시스코에게 어느 정도라도 발주하지 않으면 통상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스코·후지쯔 연합은 일본 연합(히타치·NEC)의 공세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히타치·NEC의 라우터 공동 출자회사 ‘아라크사라네트워크’는 올해 매출을 400억엔으로 늘려 잡았다. 이 회사 설립은 당초 후지쯔와 NEC 간에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후지쯔의 일본 연합 불참으로 형성된 미·일 업체간 대결구도의 향방은 NTT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