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로봇산업의 우울한 현주소

 최고의 성장세가 기대되며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각광받는 산업. 반면 매출이 미미하고 직원 몇 명으로 유지되는 회사가 대부분인 분야.

 국내 로봇산업의 현주소다.

 한국지능로봇산업협회와 로보틱스연구조합이 공동 연구한 ‘국내 로봇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로봇업체의 대부분은 아직 영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51개 국내 로봇업체 가운데 현재 자본금이 5억원 미만인 회사가 28개(54.9%)나 됐으며 30인 이하의 사업장도 전체의 64.1%를 차지했다. 내년까지 매출이 없을 것이라고 답한 회사도 여럿 있을 정도다.

 여러 로봇관련 단체들은 10년 후, 또 20년 뒤까지 들먹이며 세계 로봇시장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향후 로봇이 자동차 산업을 추월할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나온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로봇 업체들은 여전히 작은 방에 몇몇 모여 기술을 연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게 현실이다.

 한 로봇업계 관계자는 “삼성·LG 등 대기업에서 일부 로봇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만 시장을 개척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는 향후 시장 성숙기에 대비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정작 벤처로 출발해 몇 년째 로봇산업을 위해 투신하고 있는 회사들은 10억원의 투자 유치마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로봇 분야에는 여러 정부 부서는 물론 수많은 로봇 관련 단체가 활동중에 있다. 매년 큰 규모의 지원 예산이 정책 연구와 발전 방향 찾기에 사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진정한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조사를 위한 연구’보다는 로봇을 직접 개발·생산하는 기업들을 우선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유사한 내용의 국제 포럼과 세미나를 중복해 열기보다는 실제 로봇업체들의 애로 사항을 듣고 지원할 부분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디지털산업부·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