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콘텐츠 확보 전쟁](4.끝)콘텐츠 플랫폼

통신사업자의 콘텐츠 확보전이 방송, 음악 등 각 분야와 치열한 대립각을 만드는 것은 결국 네트워크의 단순 접속서비스가 아닌 콘텐츠 플랫폼의 진입이기 때문이다.

 한 이동전화사의 음악콘텐츠사업 담당 임원은 “결국 단순한 콘텐츠 유통 차원의 진입이 아니라 디지털 음악서비스의 플랫폼 이동으로 부가가치 창출에 변동이 있어서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무선데이터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네트워크의 헤게모니를 쥔 통신사업자 중심의 부가가치 창출 방안이 전체 파이를 키우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방송·음악산업계는 극도의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음반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5000원 정액모델로 음악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곧 몇백억원으로 음악업계와 기존 음악포털을 줄세우겠다는 의미”라며 “이통사의 MP3폰 서비스 모델은 서비스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음악산업 발전을 위한 주도권 확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선인터넷 CP와 이통사 간 관계를 보면 콘텐츠 플랫폼 독점의 폐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사업자로선 정면 대립이 아닌 윈윈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갈등요소를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고종석 KT 상무는 “새 매체가 콘텐츠 플랫폼 사업으로 창조영역을 만들 수 있으며 이를 통한 대세를 만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융합영역의 지배력을 놓고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민형 KBS DMB팀장은 “융합은 곧 전쟁”이라며 “통신사업자들이 콘텐츠 확보를 놓고 공정성 주장을 하지만 네트워크 독점을 전제로 한 주관적 공정성 주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DMB 해법은 통합단말기를 통해 무료 방송은 지상파DMB로, 유료 방송콘텐츠는 위성DMB로 제공하는 방법뿐”이라며 방송사의 콘텐츠 플랫폼과 통신사 콘텐츠 플랫폼 간 콘텐츠 공급 차별을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통신사업자 간 경쟁구도로 각기 다른 개방정책을 가져감에 따라 협력의 여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체인 LG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이 플랫폼 공유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립구도에 변수로 등장한 것. 변동식 하나로텔레콤 상무는 “콘텐츠 사업자와 직접 경쟁을 벌이면 전체 시장에는 마이너스 효과”라며 “개방형과 폐쇄형의 대결구도가 아닌 유통의 헤게모니를 서로 나누는 개방형 플랫폼 사업 진입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용 LG텔레콤 사장도 “콘텐츠 플랫폼의 발전이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는 방향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개방형 전략을 드러냈다.

 해법은 결국 경쟁으로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생산과 네트워크 사업자의 플랫폼 둘 다 콘텐츠의 생산요소가 되는 추세여서 영역별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파이를 키우기 위해 경쟁 구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 장범진 KISDI 박사는 “원칙적으로는 콘텐츠와 네트워크를 구분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에 콘텐츠든 플랫폼이든 독점구도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 편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뉴미디어의 등장에 따라 지금까지 유효경쟁정책을 적용해 온 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들 간에도 유효 경쟁체제를 유도하는 것이 현 시점의 과제”라고 제안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