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불경기라고 해도 연말마다 술집은 성황을 이룬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의 여파로 올해는 예년만 못 하리라는 전망을 내놓지만 벌써부터 유흥가는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이제 12월에 접어들었으니 각종 술집과 음식점은 묵은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려는 사람들의 발길로 가득 찰 것이다. 이른바 송년회 시즌이 다가온 것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송년회라는 명목으로 회식과 술자리가 이어진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일종의 관습이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생긴다. 송구영신(送舊迎新)에는 꼭 술이 있어야 하는 걸까.
아직 우리 사회에는 연말엔 그저 먹고 마셔야 한다는 ‘그릇된 음주문화’에 대한 강박관념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술자리에서는 무리하게 술을 권하고 시비가 붙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가끔 연말에 새벽녘까지 술에 취해 흥청망청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씁쓸해진다. 마치 정말 누군가가 쓰러질 때까지 술판을 벌이고 마셔야만 한해가 마무리된다고 믿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술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됐을 때 술이 갖고 있는 장점은 사라지고 우리에게 독이 된다. 첨단 제품을 만들고 앞선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IT업계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이 와중에 반가운 것은 기업의 연말 회식문화에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식이다. 어떤 회사는 음주문화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폭탄주 금지, 술 강권 금지나 과음 및 폭음 삼가 운동 등 원칙을 세우고 연말 회식자리 음주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가 소속된 회사에서도 예전에 2∼3차까지 이어지던 술자리가 1차로 마무리되고 술을 권하기보다는 직원 간에 많은 대화를 나누는 자리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1년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일까. 연말 회식은 술을 위한 자리가 아닌, 내일을 위한 자리여야 한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갖게 되는 소회를 얘기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어떤 내용으로 채워갈 것인지 서로 얘기해 보는 차분한 자리였으면 한다.
<송병근 현대이미지퀘스트 전략기획팀 부장 bksong@iq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