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PC시장에 레노보라는 태풍의 핵이 새로 등장함에 따라 델, 휴렛패커드(HP), 도시바, 후지쯔/후지쯔 지멘스, 게이트웨이, 에이서 등 글로벌 PC업체들은 “그렇지 않아도 마진이 박한 세계PC 시장의 경쟁이 향후 더 치열하게 전개 될 것”이라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반응은 저마다 달랐다. 몇 년 째 세계 PC시장 정상 자리를 유지해온 델의 마이클 델 회장은 “PC산업 역사상 성공한 인수·합병(M&A)은 별로 없다”면서 “레노보와 IBM간 합작사 설립도 우리에게 큰 위협이 못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지난날 세계 PC시장에서는 여러 건의 주목할 만한 M&A 및 합작사 설립이 있었지만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있었으며 성공적으로 여겨지는 HP와 컴팩의 합병(2002년 5월)도 ‘절반의 성공’으로 여겨지며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96년 일본 NEC가 미국 패커드벨을 인수 한후 미국 소매 시장에서 물러난 것이나 97년 대만 에이서가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의 PC 회사를 인수 한후 미국 시장에서 퇴장 한 것, 그리고 98년 미국 컴팩이 디지털이퀴프먼트(DEC)를 인수한 것 등은 실패작으로 꼽히고 있다.
컴팩 합병 이후 반짝 1위 자리에 올라섰지만 여전히 ‘델 추격’에 머무르고 있는 세계 PC시장 2위인 휴렛패커드(HP)의 반응도 “그다지 두렵지 않다”였다.
HP의 PC사업을 총 지휘하고 있는 듀아니 짜이쯔너 부사장은 “레노보의 IBM PC 사업 인수는 HP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 “HP는 여전히 PC사업을 중요시 여기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분야에 총력을 기울 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84년 설립돼 중국에 처음으로 PC 개념을 소개한 레노보는 이번 IBM PC사업 인수에 따라 델, HP에 이어 세계 3위 업체로 일약 부상하게 된다. 두 회사간 합병 작업은 주주 및 당국의 승인을 거쳐 내년 2분기 정도에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데 레노보는 이번 인수로 후지쯔, 에이서, 도시바, NCE, 게이트웨이 등 쟁쟁한 경쟁사들 단숨에 추월하게 됐다.
델과 HP가 ‘거인 레노보’ 등장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다는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3위권 이하 PC업체들은 “또 다른 빅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이들은 또 극심한 저가 경쟁으로 수익률이 더 악화되지 않을 까 하는 우려도 나타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레노보 빅딜은 세계 PC시장의 재편을 한층 가속화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향후 몇년후 세계 톱10 PC업체중 서너곳이 날아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월가 애널리스트들도 “ 대형화 된 레노보가 새로 생김에 따라 규모가 큰 기업은 더 커지고 작은 기업은 더 작아지는 부익부 빈익빈이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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