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O월 O일. 난 오늘도 최신 가요를 받기 위해 소리바다를 항해한다. 뭘 받을까. 세븐이 ‘크레이지’라는 신곡을 냈다던데 한 번 찾아볼까? CD로는 발매하지 않고 파일로만 배포해 불법복제를 막았다던데 그래도 있을 거야. 네티즌들의 실력을 무시하면 안 되지! 역시 있군... ^_^ 20개나 검색되네. 빨리 받아야지. 룰루랄라. 앗, 이게 뭐야. 노래가 20초만 나오다가 말잖아. 다른 걸 받아볼까. 아니, 이 파일도, 저 파일도... 전부 다 재생되다가 멈추네. 파일 용량도 실제 음악과 거의 같은데. 대체 어찌된 일이냐고... T_T’
이름과 용량은 같지만 실제로는 정상 콘텐츠와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페이크(fake·가짜) 파일’이 인터넷 P2P 공간에 광범위하게 뿌려지고 있다. ‘페이크 파일’은 ‘P2P 공간에서의 콘텐츠 공유 행위를 100% 근절할 수 없다면 P2P 사용자들을 귀찮게 해서 P2P 이용을 억제해보자’는 생각에서 등장했다.
P2P에서 애써 최신 음악이나 영화를 내려받았는데 재생을 해보니 아무 소리도 안 들리거나 심지어 “정품을 사용합시다”라는 계도성 발언까지 들리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유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가격 현실화가 함께 이루어지면 네티즌들이 ‘속 편하게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자’는 생각을 할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올초 예당엔터테인먼트는 서태지 7집을 발매하면서 ‘페이크 파일’을 활용해 큰 효과를 봤다. 소리바다 등에서 파일을 검색했을 때 우선적으로 접근하는 소위 ‘슈퍼 피어(Super Peer)’에 ‘페이크 파일’을 대량 살포했기 때문이다. 팬들도 ‘페이크 파일’ 유포에 동참해 효과를 배가시킨다. 한 음반사 관계자는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인 고소고발이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는 상황에서 ‘페이크 파일’ 유포는 불법 공유를 줄이는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며 “‘페이크 파일’ 제작 전문 업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