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컴퓨터 공룡’인 레노보가 IBM PC사업을 전격 인수한다고 7일 발표했다. 이번 인수로 레노보는 지난해 기준 매출 120억달러, 판매 대수 1190만대 등 기존 사업 규모보다 4배나 큰 PC사업을 거느리게 됐다. 레노보는 IBM이 보유한 전세계 160개국 유통 채널과 브랜드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치열한 시장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IBM의 PC사업 매각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예고돼 왔다. IBM PC사업에 관심을 보인 업체도 중국 레노보뿐 아니라 대만의 에이서, 심지어 삼성전자까지 거론될 정도로 소문이 무성했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PC시장에서 메이저 업체 간 인수합병이 그리 새로운 뉴스는 아니지만 이번 인수는 몇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IT시장에서 중국의 입지다. 중국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 역할은 생산공장 수준이었다. PC시장에서도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주도하기보다는 전세계 업체의 PC 생산라인이 운집해 있는 거대 생산기지 정도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 ‘퍼스널 컴퓨터’의 원조로 불리며 세계 컴퓨팅 기술을 주도했던 IBM PC사업을 인수하면서 새롭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PC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얼마든지 세계적인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것이다.
또 하나는 브랜드의 무서움이다. 인수합병 목적은 당연히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시너지는 기술과 시장을 전제로 한다. 보다 앞선 기술을 위해 혹은 더 큰 시장 선점 효과를 위해 자본을 투자한다. 하지만 레노보가 IBM을 인수한 이유는 IBM의 브랜드가 탐났기 때문일 게다. 중국이 넓은 시장과 생산 기반을 무기로 제 아무리 세계 시장을 노크해도 취약한 브랜드 인지도는 쉽게 넘을 수 없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싱크’ 라는 브랜드를 유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을 봐도 이 같은 속내를 감출 수 없다.
우리는 어떤가. 국내 PC업계는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이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생산과 브랜드 ‘양다리 전략’이다. 생산량도 적당히 유지해 매출을 보전하고 좀 되는 시장은 브랜드로 밀고 나가겠다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어느 쪽이 부가가치가 높은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결정이 늦어질수록 경쟁력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컴퓨터산업부=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