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나노소재 개발의 중요성

 최근 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의 대중국 수출입 실적은 큰 흑자를 보인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100억달러가 넘는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등 후발국에 수출하는 부품·소재는 중저급 제품 위주의 범용제품인 데 비해 일본에서는 디카폰의 카메라 모듈 등 고급 핵심부품과 소재를 주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도 고급·고기술 부품·소재를 개발하고 관련 산업을 발전시켜야만 이러한 무역 불균형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부품·소재산업이 성장하면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과 소재·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 같이 발전하고 고용 효과도 높일 수 있다.

 일본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앞서는 고급 소재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획기적인 성능을 가진 부품을 개발하여야만 한다.

 고급소재 개발의 중심에는 나노소재기술이 있다. 우리의 부품·소재산업 미래는 나노소재기술 개발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나노소재기술은 현재 존재하는 소재의 구조를 나노화해서 성능을 향상시키고, 이를 이용해 만드는 부품의 품질을 개선한다.

 나노소재기술은 또한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새롭고 획기적인 특성을 갖는 소재를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이것은 소재·부품시장은 물론 새로운 완제품을 창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우리 정부도 나노소재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2002년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이하 나노소재사업단)을 출범시킨 바 있다. 현재 나노소재사업단에서는 고강도 구조용 나노소재, 환경·에너지산업 기술(ET) 응용 나노소재, IT 응용 나노소재 분야에서 30개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다음 몇 가지 과제를 예로 들어 나노소재기술의 소재·부품 고급화 가능성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한전기술에선 최근 열병합발전소에서 배출하는 폐가스에 포함된 일산화질소를 인체에 무해한 이산화질소로 바꾸는 나노입자촉매를 개발했다. 나노입자촉매는 기존 촉매에 비해 입자 크기가 작아서 표면적이 상대적으로 크고 반응성이 높아 낮은 온도에서도 효율적으로 촉매반응을 해 폐가스를 거의 완벽하게 정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성능이 개선된 촉매로 대체함으로써 2500억원 규모의 국내 시장을 확보할 수 있것이다.

 2004년은 우리나라 경제가 국제 기름값 등락에 크게 영향을 받은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기름 소비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자동차 연비를 높이는 것이며, 이를 위한 중요한 방안으로는 차체 중량을 줄이는 것을 들 수 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에서는 차 중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나노소재기술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범퍼, 연료탱크 등을 나노입자를 첨가한 고강도의 고분자복합재료로 바꾸어 무게를 줄임으로써 연비를 올리고 있다. 차체 무게를 줄이는 또 다른 방안으로는 현재 사용되는 철강재를 초고강도 알루미늄이나 강판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는 소재의 구조를 나노화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나노소재사업단은 고분자 소재에 탄소나노튜브를 혼합하여 강도를 높이는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알루미늄 합금의 내부 구조를 나노화함으로써 합금 성분을 추가로 첨가하지 않고도 강도를 2∼3배 증가시키는 좋은 성과를 얻었다.

 나노소재는 또한 새로운 개념의 전자기기 실용화를 앞당길 것이다. 나노막대를 이용한 초미세 디스플레이 개발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나노소재를 이용한 광증폭기와 광스위치 등은 우리 가정에까지 고속 인터넷망을 깔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사업단은 이 밖에도 지난 2년 동안 축적한 나노소재·부품 분야의 다양한 성과를 일반에게 공개하는 전시회를 8, 9일 이틀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었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산업체, 정부 관계자는 물론이고 연구개발 주체들이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위해 나노소재 개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상희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장 shsuh@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