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제주의 재발견

 제주도는 삼다도(三多島)라 불린다. 돌과 바람, 여자가 많은 섬이라는 뜻이다. 삼무도(三無島)로 일컫기도 한다. 도둑과 거지, 대문이 없다 해서다. 삼다도는 제주의 생존 환경이 그만큼 거칠고 척박해 사람들이 억척스럽게 살아야 하는 곳임을, 삼무도는 그래도 인정이 메마르지 않아 살 만한 땅임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금강산이 그러하듯이 북한 사람들이 꼭 가고 싶어한다는 곳, 제주도. 그러나 역사적으로 늘 소외된 곳이었다.

 조선시대엔 유배지였고, 현대사는 4·3 학살로 얼룩졌다. 이 때문인지 뭍사람에 대한 제주인의 피해의식과 앙금이 남아 있다고 한다. 최근에 깨지긴 했지만 총선 때마다 무소속 출신이 유독 제주에서 득세한 것을 그렇게 풀이하기도 했다.

 그랬던 제주도가 바뀐다. 학살의 악몽에 시달린 노인 수가 많이 줄었다. 자식을 성공시키고자 뭍으로 유학을 보내려는 사람이 많지만 제주가 좋다고 자발적으로 내려오는 뭍사람도 그만큼 늘어났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같은 회사는 아예 본사가 옮겨 갔다.

 특히 동북아시아가 세계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지정학적인 위치의 제주가 새삼 조명을 받았다. 홍콩과 싱가포르가 누리는 아시아 국제 자유도시의 영광을 이어받기 위해 제주도와 도민이 열심히 뛴다. 언어, 규제, 사회간접자본(SOC) 등에서 경쟁 도시에 비해 낙후돼 아직은 역부족. 하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쾌적한 기후, 겉으론 투박해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사는 제주는 다른 조건만 잘 갖추면 국제 자유도시로선 최적지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이 점에서 2004년 12월 9일은 제주에 특별한 날이다. 정부와 민간 기업이 공동으로 만든 텔레매틱스센터 및 홍보관이 이날 문을 열었다. “뭐 그리 대단하냐”는 반문도 있겠지만 제주가 국제 IT 도시로 가는 초석이라는 의미가 있다. 고립된 섬인지라 무선 통신기술의 테스트베드로 제주만큼 적합한 곳은 없다는 게 엔지니어들의 설명이다. 프랑스 니스의 R&D센터가 북유럽 엔지니어들을 유혹하듯이, 제주를 R&D 거점으로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IT와 R&D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도록 뭍사람이 돕는 일이야 말로 오랜 수난을 겪은 제주인의 마음을 다소나마 위로해 주는 일일지 모르겠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