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언더파이어:더 크루세이더즈’(크루세이더)로 ‘2004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대상을 거머쥔 판타그램의 이상윤 사장과 지난해 대상 수상자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간의 억센 인연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장은 공교롭게도 지난 9일 코엑스에 열린 시상식에서 전년도 대상수상자인 김 사장으로부터 상패를 전달 받는 ‘각별한’ 조우를 경험해야 했다. 서먹할대로 서먹해진 둘 사이에 친분은 남아있는 것일까. 두 사람은 카메라 조명과 플래시가 화려하게 터지는 식장에서 달갑지 않은 서로간의 포옹으로 짧은 만남을 끝냈다.
두 사람의 인연은 판타그램이 ‘샤이닝로어’라는 온라인게임을 개발, 상용서비스를 목전에 두고 돌연 엔씨소프트에 피인수되는 시점인 지난 2002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리니지’로 국내외 사업기반을 튼튼히 다진 엔씨소프트의 역량을 빌어, ‘샤이닝로어’를 세계적인 게임으로 키워보겠다는 이 사장 나름의 개발자다운 야심이 크게 작용했다. 이때 만큼은 두 사람 사이의 우의가 한국 게임산업 전체를 떠받칠 만큼 강고해 보였다.
하지만 판타그램은 엔씨소프트과 ‘밀월’을 오래끌지 못하고 1년만에 엔씨소프트에서 쫓겨나다시피 떨어져 나와야했다. 개발자들은 모두 흩어지고 자존심이 상한 이 사장은 고교시절 이후 줄곧 자신에게 전부와도 같았던 게임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지를 처음으로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새출발한다는 심정으로 판타그램을 다시 추켜세운다. 그런 그에게 기회의 손을 내민 곳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X박스용 게임 개발사들을 챙기고 있는 미 MS의 케네스 심 기술담당매니저의 눈에 ‘크루세이더’가 눈에 띄어 결국 MS는 지난 5월 판타그램과 ‘크루세이더’의 북미지역 퍼블리싱 계약을 전격 체결한다. 이 사장은 콘솔게임에서 전혀 시도된 바 없는 액션 전략 롤플레잉게임(RPG)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번 수상은 이것이 적중했다.
김택진사장 또한 리니지 후속작 ‘리니지2’로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가진 ‘샤이닝로어’의 국내외 판권 문제만 아니라면 둘 사이의 관계 또한 전혀 하자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크루세이더’의 영광 뒤에 여전히 ‘샤이닝로어’에 대한 아쉬움을 품고 있는 이 사장이나, 별다른 접점도 없이 괜한 오해만 사고 있다고 생각하는 김 사장 모두 싸늘해진 시선에 온기가 돌기는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