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PC 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뉴레노보가 순항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뉴레노보가 태풍으로 작용하려면 몇가지 넘어야 할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가장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 고객 서비스 문제다. 비록 두 회사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그야 말로 ‘그들의 주장’일 뿐이다. 이질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두 회사가 합쳤으니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할 지 모른다.
비슷한 규모의 같은 나라간 합병사례였던 HP와 컴팩의 경우에도 서로 다른 기업문화 차이 때문에 완전히 하나로 통합되기에는 최소 2년이 걸렸다. 그런데 레노보와 IBM은 국적이 다르다. 당연히 통합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 언어차이로 인해 합병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델과 HP와 달리 IBM의 주고객은 주로 기업인데 이들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만에 하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질 것이다. 이미 일부 고객은 IBM의 제품 구매를 이전보다 신중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BM이 비록 데스크톱과 노트북 생산을 외부에 맡겼지만(아웃소싱) 이전에는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IBM 고객은 바로 뉴욕 아몽크(IBM 본사)에 전화를 걸어 해결할 수 있었다.
뉴레노보가 굳이 본사를 중국에서 뉴욕으로 옮기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고객의 서비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현재 두 회사는 합병 작업이 완료되는 내년 2분기까지 고객 서비스와 제품 공급 등 기존 PC 사업을 평상시와 동일하게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합작’ 자체가 갖는 불안정성도 뉴레노보가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이미 앞선 사례, 즉 AMD와 후지쯔의 합작사인 스펜션이 보여주듯이 합작은 어느 한쪽이 수동적으로 되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에 지난 10여년간 세계 PC시장에서 일어났던 합병중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것도 뉴레노보의 앞날이 그리 쾌청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레노보가 IBM PC 사업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직후 레노보의 주가가 홍콩증시에서 3.7%나 추락한 것은 이를 잘 웅변한다.
당시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뉴레노보의 이익이 일정기간 동안 축소되는 것이 불가피 할 것이라며 앞다퉈 레노보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레노보와 IBM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레노보는 IBM과 달리 연구개발(R&D) 능력이 취약하고 주로 로엔드 시스템 제조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판매 대상의 절반 이상이 IBM과 달리 소비자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뉴레노보가 여전히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도 국경없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PC분야 유명 애널리스트중 한명인 NPD의 스테픈 베이커는 “오늘날의 ‘싱크패드(IBM 브랜드 PC)’가 내일의 ‘싱크패드’와 같을 것이라고 고객들에게 설득하는 작업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뉴레노보는 세계 PC시장 점유율 확대와 함께 오는 2007년까지 2억 달러의 비용 절감에 나설 예정인데 한 애널리스트는 “불행히도 두 회사 모두 점유율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면서 “만일 뉴레노보가 문제를 겪는다면 IBM도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인터뷰-스티븐 워드 레노보 CEO 내정자
레노보의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스티븐 워드 현 IBM 퍼스널시스템스그룹 부사장 겸 총괄이사는 C넷과의 인터뷰에서 “두 회사간 통합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PC 부품 구매를 어떻게 통합하느냐는 문제”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인텔, MS 등 주요 공급업체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큰 전략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인 그는 “많은 경쟁사들이 이번 인수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이유는 그들이 제품을 조립만 하기 때문”이라면서 “레노보는 연간 500만대, IBM은 연간 1000만대의 PC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 레노보는 미국에서 ‘IBM’과 ‘싱크패드’ 브랜드로, 그리고 중국에서는 ‘IBM’과 ‘싱크패드’ 및 ‘레노보’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또 ‘IBM’과 ‘싱크패드’는 하이엔드 법인 시장에, 그리고 ‘레노보’는 중소기업용 브랜드로 자리잡게 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는 향후 직접 판매를 위한 노력을 확대할 생각이지만 소매점을 활용한 판매에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의 관심사가 혁신적인 PC, 생산성을 높이는 PC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400∼500달러대의 저가 PC를 위한 시장에는 진입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