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통신업체인 KT와 SK텔레콤이 추진중인 글로벌 사업은 주목할 만하다. 두 업체는 이미 해외 통신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그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 통신업체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라고 한다.
두 업체의 해외 진출은 국내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은 한계가 있는 데다 이제는 국가 간 장벽을 넘어 시장을 확대하지 못하면 기업 성장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통신업체의 해외시장 진출은 여러 가지 경영방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IT기술 추세를 선도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통신시장 강자로 우리 기업이 부상하려면 품질과 서비스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성장전략이라고 하겠다.
국내 통신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정체기에 들어섰다. 시장이 성장할 때는 기업들의 경영도 호조를 보였지만, 시장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통신업체 간 살아남기 위한 과잉경쟁이 빚어져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내수시장의 가격·유통질서는 혼탁해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업체가 시장경쟁 대상을 해외로 확대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이미 SK텔레콤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몽골과 베트남에서 착실하게 통신사업을 추진해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몽골에서는 가입자가 6만명에 그쳤지만 연속 2년째 배당금이 발생했으며, 베트남의 경우 가입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비록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KT도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선 분야 진출은 물론 러시아 NTC 투자를 통해 연해주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로 7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KTF가 기술협력과 대상업체 선정을 맡아 KT의 지분 투자를 지원키로 해 이동통신 사업에 초점을 맞춘 KT의 해외 진출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IT 강국으로 그 위상을 견고히 하려면 해외 통신시장 진출에 더 많은 기업이 나서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우리가 공략하는 데 유리한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진출을 검토해 단계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동남아나 중국 등지의 통신사업자와 지분인수를 통한 진출방법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외 사업자 컨설팅이나 소프트웨어·하드웨어·솔루션 등을 수출해 기술력과 품질 면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공략할 나라의 통신사업자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거나 지분 투자와 같은 방식을 택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다만 해외 통신시장에서 만에 하나 우리 업체끼리 과열경쟁 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수없이 나타난 고질병이 바로 덤핑경쟁이다. 가전제품이나 게임 등에서 나타난 해외 저가공략 등의 피해 사례를 되풀이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국내 업체 간 덤핑 또는 상대에 대한 흑색선전 등으로 상품가치를 떨어뜨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기업들에 돌아온다. 그보다는 상호 상생의 자세로 품질과 기술력 그리고 서비스로 인정받도록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두 업체의 해외 진출이 성공리에 추진되고, 나아가 다른 업체의 해외 진출 촉진제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