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넷 인수경쟁 주사위 던져졌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두루넷 인수전에 뛰어든 데이콤-씨티그룹파이낸셜프로덕츠(CFP) 연합군과 하나로텔레콤은 지난 주말 최종 결정한 입찰금액 등을 담은 입찰서를 오늘(13일) 제출한다. 마감시간인 오후 5시까지 최종 입찰금액을 놓고 막판 첩보전까지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큰 가닥은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주말 두루넷 인수의 성패를 결정지을 입찰대금 확정을 위해 릴레이 회의를 벌인 정홍식(데이콤)·윤창번(하나로텔레콤) 사장 역시, 승리의 여신에 운명을 맡기게 됐다. LG그룹과 SK그룹의 대리전으로도 평가받고 있는 이번 수주전은 특히 두 CEO가 이사회로부터 입찰대금 등 제반사항 결정을 위임받은 만큼 입찰결과에 대한 책임과 향후 시장재편에 대응하는 경영능력 검증 등으로 이어져 사실상 자리를 건 배팅이라는 평이다.

법원과 두루넷 매각대행사는 이중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 16일께 발표하고 21일에는 해당사와 양해각서를 맺고 이행보증금(입찰금액의 5%)을 받아 본계약 채비에 들어간다.

◇사실상 자리 건 정·윤 사장=두루넷의 방향에 따라 두 회사의 운명은 크게 갈린다. 정 사장은 와이브로를 포기하면서까지 두루넷 인수에 올인해온 만큼 인수에 실패하면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통방융합시대에 대응할 전략이 미비해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데이콤은 두루넷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파워콤을 통해 반드시 초고속인터넷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이지만 두루넷을 하나로에 넘기게 되면 덩치커진 하나로와 KT에 맞선 힘겨운 경쟁이 불가피하다. 반면, 두루넷을 확보하면 LG그룹을 KT, SKT를 견제하는 의미있는 제 3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정사장의 의지가 어느 정도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으로 취임 3년차를 맞는 윤창번 사장에게는 두루넷 인수 여부가 변곡점이 될 듯 하다. 초고속인터넷이 주력사업인 반면, 280만에서 가입자가 정체돼 매월 0.1%씩 점유율이 줄고 있어 두루넷 인수 여부는 하나로 기업가치와 직결된다. 인수에 실패해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나 외자로부터의 책임론을 피해갈 수 없겠지만 성공하면 초고속사업에서 안정된 수익을 보장받고 와이브로 사업권과 함께 승리한 CEO로 평가돼 주가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주도권 누가 쥐나=두루넷이 두 사장에게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유선시장 구조조정의 키를 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향후 유선시장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 TPS를 중심으로 형성될 예정. 이를 위해서는 초고속망과 방송콘텐츠의 확보가 필수다. 방송은 제휴를 통해 확보할 수 밖에 없다면 강력한 초고속인터넷 사업은 TPS 사업의 성패로 이어진다.

윤 사장은 두루넷 인수할 경우, 400만에 이르는 초고속 가입자를 바탕으로 가입자 확대에 가속도를 붙여 KT의 강력한 견제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이로써 인터넷전화(VoIP)사업 경쟁력 제고와 방송사업 진출에 한결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파워콤의 HFC망에다 가입자가 결합돼 온전한 초고속인터넷 사업자가 된다. 파워콤망 활용도를 극대화하려는 데이콤으로서는 두루넷 인수와 방송사업을 결합, TPS, QPS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실패하면 초고속을 파워콤을 통해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TPS는 사실상 어려워 향후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연·손재권기자@전자신문, jyjung·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