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컴퓨터(PC)와 주변기기 분야도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데스크톱 PC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 2002년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도 성장 면에서 약보합세를 면치 못했다. 다행히 노트북 PC는 전년 대비 꾸준히 성장해 데스크톱 PC의 공백을 메워 나갔다.
복합기·프린터·프로젝터 등 OA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제품의 세대 교체가 일어나면서 새로운 분기점을 만든 한 해였다. 특히 포토 프린터·가정용 프로젝트 등 홈 시장을 겨냥한 제품의 인지도가 높아져 기업 시장 못지않게 소비자 시장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PC와 주변기기 성장세 ‘주춤’=IDC는 올해 데스크톱 PC 시장을 전년 대비 4만대 늘어난 261만대 규모로 잠정 집계했다. 데스크톱은 지난 99년 이후 큰 폭으로 성장해 2002년 299만대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LG IBM)가 올해도 5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면서 확고한 ‘2강’을 유지했다.이어 삼보컴퓨터·주연테크·한국HP가 8∼10%대 점유율로 ‘3중’ 체제 형성하면서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PC시장에서 올해 주목할 만한 일은 노트북 PC의 선전이다. 노트북 PC는 지난 2002년 52만대에서 2003년 60만대에 이어 올해 64만대로 꾸준히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트북 PC도 데스크톱 PC와 마찬가지로 삼성의 ‘센스’가 30%대의 점유율로 올해 시장 수위를 달렸으며 LG전자의 대표 브랜드 ‘엑스노트’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면서 20%대로 이를 바짝 뒤쫓고 있다. 도시바는 외산 브랜드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12%대의 점유율을 올리는 기염을 발휘해 주목을 끌었다. 대부분의 PC업체가 부가가치가 높은 노트북 PC 쪽에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보여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PC주변기기도 유난히 부침이 심했던 한 해였다. 전체 시장 규모는 경기 불황으로 조금 감소한 반면 새로운 기술이 대거 선보였다. 그래픽카드의 경우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수익성 측면에서 대부분의 업체가 어려움을 겪었다. 기술적으로는 AGP보다 2배 빠른 PCI 익스프레스가 등장하면서 세대 교체를 예고했다. 하드디스크(HDD) 시장은 월 500만대 정도로 지난해에 비해 소폭 증가했으며 PC용 3.5인치 시장은 시들한 반면 2.5, 1.8, 1인치 등 소형 하드디스크가 강세를 보였다. 광 드라이브(ODD)는 LG와 삼성전자 등 토종 브랜드가 외산업체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시장 지배적 위치를 지켜냈다. 이 밖에 PDA는 개인 사용자보다 유통과 물류 등 산업용 제품의 선전으로 올해 20만대 정도가 팔려 나가면서 지난 해에 이어 성장했다.
◇OA, 디지털 복합기 약진=OA 시장에서는 올해 디지털 복합기가 프린터와 복사기 등을 밀어 내고 ‘대표 선수’로 떠올랐다. 복합기는 최근 몇 년 새 매년 2배 가까이 시장 규모를 키우면서 신도리코·후지제록스·롯데캐논 등 사무기기 3인방은 극심한 불황 가운데서도 공격 마케팅의 고삐를 바짝 죈 한해였다. 2001년 1만여 대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도 올해 6만대까지 치솟았다. 복합기는 사무기기의 디지털화에 맞물려 앞으로 더욱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며 기존 메이저 3개 업체 외에 다양한 브랜드가 시장 진입을 노릴 것으로 분석된다.
OA 분야에서는 또 컬러 레이저 프린터가 급속하게 성장해 주목을 끌었다. IDC는 컬러 레이저 시장이 지난해 2만대 미만에 머물렀지만 삼성전자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올해 3만대, 내년 4만3000대 규모를 보이는 등 2008년까지 연평균 38%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 기존 흑백 레이저 시장의 일부를 대체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한국HP가 ‘수위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후지 제록스프린터스코리아· 한국엡손· 코니카 미놀타· 신도리코 등이 이들의 아성을 넘보는 상황이다. OA기기 선전에 힘입어 잉크와 카트리지 등 소모품 시장도 꾸준히 성장해 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후끈 달아올랐던 한해였다. 이 밖에 디지털카메라·이동전화 등 개인용 디지털 기기와 맞물려 사용할 수 있는 포토 프린터가 새로운 틈새 시장을 형성해 엄동설한의 경기에도 관련 업체가 톡톡한 재미를 보았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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