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타는 스프린트·넥스텔 합병 협상

미국 3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스프린트와 5위 이동통신사업자인 넥스텔커뮤니케이션스(이하 넥스텔)가 360억 달러(약 38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합병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두 회사는 합병을 위한 조건에 거의 합의했으며 오는 14일 각각 이사회를 소집해 합병계획을 승인한 뒤 다음 날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약 38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미국 1, 2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싱귤러와이어리스와 버라이존와이어리스에 이어 또 하나의 대형 이동통신사업자가 등장하게 된다. 현재 싱귤러와이어리스와 버라이존와이어리스의 고객은 각각 4600만명, 4200만명이다.

◇배경=넥스텔과 스프린트의 합병설은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인수·합병론이 제기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특히 넥스텔은 합병을 통한 시장 확대에 강한 의욕을 보여 왔다. 실제로 싱귤러와이어리스가 AT&T와이어리스를 인수하기 전에도 AT&T와이어리스와 합병을 위한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넥스텔은 특히 고객 수를 늘리기 위한 무선 주파수 대역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또한 스프린트와 합병하게 되면 스프린트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CDMA 기술을 채택할 수 있게 된다.

현재 3위 이동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도 넥스텔과의 합병을 통해 싱귤러와이어리스, 버라이존와이어리스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에게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핵심 논란=두 회사의 합병설은 월가와 통신업계에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넥스텔이 전체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20억달러∼3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했기 때문이다. 넥스텔은 다음 달 초 구체적인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계획을 밝힐 예정이었다.

스프린트의 유선전화 사업 부문 처리도 선결 과제다. 두 회사간 합병으로 생기는 새 회사가 순수한 이동통신 사업자가 되는 데 스프린트의 유선전화 사업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프린트가 유선전화 사업 부문을 분리 또는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넥스텔이 채택을 고려하고 있는 CDMA 기술도 논란거리다. CDMA 상용화를 목표로 퀄컴과 이미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병을 위해서는 퀄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전망=현재 스프린트와 넥스텔의 시장 가치는 약 300억달러로 비슷한 편이다. 이번 합병에 대해 두 회사는 모두 ’대등한 관계’의 결합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합병의 조건에 따르면 스프린트가 넥스텔을 인수하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넥스텔의 주주들은 주당 스프린트 주식 1.3주와 현금을 받게 되고 합병 후 스프린트의 유선전화 사업부문은 분사될 예정이다. 단지 이사회는 양측이 50대 50의 비율로 구성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두 업체의 결합에 분명 장애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 두 회사가 주력하는 사업도 달라 합병이 성사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스텔은 워키토키 방식의 ‘푸시 투 토크(push to talk)’ 서비스를 앞세운 기업 고객 대상 서비스가 강점이다. 반면 스프린트는 이동통신 사업뿐만 아니라 장거리 통신과 지역전화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