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변동환율`에 만반의 대비를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꾸준히 유지해오던 중국에 최근 변동환율제 도입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자 국내 IT업체들이 중국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한다. 중국이 변동환율제로 전환하게 되면 그것은 곧 우리나라에 원화절상 압력으로 작용해 자칫 수출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잘하는 일이다.

 중국이 위안화 고정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 약한 달러 정책의 타깃이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알려질 정도로 미국이 위안화 가치 절상과 변동환율제 채택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말 열린 선진 7개국 재무장관회담에서 옵서버로 참가한 중국의 재정부장과 인민은행장은 미국 재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변동환율제로의 전환을 약속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최근 환율정책 변경 가능성을 시사해 변동환율제 채택시기가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개방 정책과 시장경제 시스템 도입 확대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볼 때 위안화의 변동환율제 이행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시장시스템에 맡기는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면 그동안 저평가된 위안화 가치가 절상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위안화 가치의 절상은 대폭적일 것이고 우리나라의 원화를 비롯해 아시아국가들의 통화가치 절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중국의 변동환율제 전환으로 우리나라의 원화가치가 절상되면 수출이 그만큼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수출증가율이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전쟁으로 가파르게 절상된 원화의 가치가 또 높아지면 수출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것은 뻔한 일이다.

 물론 중국이 은행개혁의 부진 등으로 당장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당황할 일은 아니다. 또 위안화 절상에 따라 국내 IT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분야마다, 기업마다 서로 다를 수 있다. 가전업체 등 중국 내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 IT업체의 경우 위안화 절상으로 원가부담이나 가격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으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오히려 대중국 원가경쟁력 상승으로 수출이 늘어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중국이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어서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경제가 위축될 경우 우리의 대중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가운데 70% 이상은 중국 수출품의 중간재로 쓰이는 부품 및 원부자재여서 중국 수출이 둔화하면 우리의 대중 수출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나 IT기업들은 중국의 태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지금부터 만반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IT기업들은 위안화 절상이 몰고 올 파장을 예측하면서 실(失)은 최소화하고 득(得)은 최대화하는 전략에 몰두해야 한다. 우리나라 수출시장의 다변화·현지화 전략 강화 등 구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해 충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시점에서 반성해야 할 것은 환율이 변동될 때마다 우리 경제가 너무 쉽게 환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 변동에 일희일비하거나 그 영향을 과장하게 된다. 지금과 같은 환율 전쟁시대에서는 정부의 시장개입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기업들이 어떠한 환율 변동에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내부 체질 개선과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우리 경제가 그런 탄력을 갖도록 더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중소기업들도 지금부터라도 외환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내년 환율이 달러당 1000원 이하가 될 것을 각오하면서 상품의 고급화와 원가 절감 그리고 시장 다변화를 이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