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DVR전쟁`은 시작됐다

미국 최대 케이블TV 업체 컴캐스트가 DVR 기술의 선구자 티보에 도전장을 내고 베이지역(샌프란시스코만 주변의 실리콘밸리)의 자사 고객 160만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비디오 녹화 (DVR: Digital video recording) 서비스에 들어갔다.

컴캐스트는 추가로 월 9달러95센트를 내는 고객의 디지털 셋톱박스를 최대 60시간의 정규 TV 프로그램이나 15시간의 고선명 TV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는 DVR 장착 장비로 교체해 준다.

DVR 서비스가 지난 몇 년 동안 티보와 위성TV 업체들에 의해 제공돼 왔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컴캐스트 같은 대형 케이블TV 업체가 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됨에 따라 훨씬 폭넓은 고객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컴캐스트의 듀얼 튜너 모토롤라 DVR은 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른 프로그램을 동시에 시청이 가능하고, 미리 톡화된 세번째 프로그램을 보면서 두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도 있다.

컴캐스트의 앤드류 존슨 홍보담당자는 “기존 서비스에 가치를 부가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DVR 서비스가 유망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컴캐스트는 베이 지역에 앞서 본사가 있는 필라델피아, 보스턴, 로스앤젤리스를 비롯한 여러 도시의 2100만 고객 중 65%에게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베이 지역은 시장 규모 뿐 아니라 200만 이상의 고객을 확보한 티보의 본거지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중요하다.

4년 전 DVR 서비스를 공급하기 시작한 디렉TV 같은 위성업체들은 케이블 업체로부터 고객을 빼앗아오기 위해 이 서비스를 활용해 왔다. 오는 2007년까지 티보와 마케팅 계약을 체결한 디렉TV는 미 전역의 1350만 가입자 중 130만명에게 DVR 서비스를 판매해오고 있다.

그러나 위성 TV 업체들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은 미국에서 4명 중 3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여전히 유료 TV 사업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다.

◆티보에 대한 위협=분석가들은 컴캐스트의 DVR 서비스가 티보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티보는 고성장과 브랜드 인지도, 높은 품질에 대한 찬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흑자 전환이 되지 않았고 케이블과의 초기 마케팅 기회도 놓쳤다.

TV프리딕션즈닷컴의 필립 스완 사장은 “티보가 처음에 케이블의 중요성을 과소 평가했다”면서 “티보가 각 가정과 직접 접촉에 나서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권유했다면 티보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았겠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을 사용해보고 만족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티보의 캐스린 켈리 홍보담당자는 컴캐스트의 발표를 보지 못했다면서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디렉TV 관계자들은 컴캐스트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렉TV의 제이드 엑스테드 홍보담당자는 “우리 서비스가 다른 DVR 서비스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면서 “티보 서비스는 훨씬 놀라울 뿐 아니라 환상적이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요금=컴캐스트의 DVR은 베이 지역에서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에게만 제공되며, 월 이용 요금은 65달러다. 장기계약이나 장비 요금도 추가되지 않는다. DVR 고객들은 그냥 디지털 셋톱박스를 DVR 장착 장비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코니 박 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