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온칩(SoC)기술은 한 시스템의 대부분 기능을 한 개의 반도체 칩 위에 구현하는 것이며, 휴대형 정보기기와 가전제품의 소형화·고성능화·저전력화 등을 가능하게 하는 전자제품의 기반기술로 반도체 기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점차 더 복잡한 시스템의 SoC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대부분 전자제품의 경쟁력은 SoC기술이 결정하게 됐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자국의 SoC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전자제품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에서는 SoC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SoC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SoC 제조기술과 SoC 설계기술을 균형 있게 발달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SoC 제조기술에 관해서는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반도체 메모리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SoC 설계기술은 하드웨어 설계기술과 내장형 소프트웨어 개발기술이 통합된 것으로, 우리나라의 SoC 설계기술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TV·휴대폰·가전·자동차 등의 시스템 산업이 비교적 발달돼 있어 SoC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 SoC 설계 관련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시스템 기업과의 협력을 잘 유도한다면 비교적 큰 SoC 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 국내 SoC산업을 단기간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지속적인 반도체 집적기술의 발달과 역동적인 전자제품시장의 특성 때문에 갈수록 더 복잡한 SoC를 더 짧은 시간 안에 설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최신 제조기술의 경우 마스크 한 세트의 비용이 매우 비싸고 복잡한 SoC를 설계하려면 고급 설계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복잡한 SoC를 설계해 제작까지 하는 것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
그래서 설계 생산성이 높은 플랫폼 기반 SoC 설계 방법을 도입, 복잡한 SoC를 적은 인력으로 쉽게 설계할 필요성은 중소기업의 경우 특히 크다. 상용 SoC 플랫폼 사용료는 설계하는 SoC 개수에 비례해 부과하고 있으며, SoC 한 개를 설계하기 위한 플랫폼 사용료는 대략 수십만달러다. 그래서 SoC 플랫폼을 사용해 SoC를 설계하는 것은 지금은 대기업이 아니면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저렴한 가격의 SoC 플랫폼 구축, 국내 중소기업에 보급한다면 SoC 산업 활성화하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마련, 보급하기 위해 SoC 설계기술을 공동 개발할 수 있는 산·학·연 간의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플랫폼 보급을 통한 SoC산업 활성화를 위해 서울대학교 SoC설계기술사업단(http://soc.snu.ac.kr)은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기반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이미 지난 4월부터 SoC설계특화연구기반구축사업을 한국과학기술원과 같이 수행하고 있다. 수요 조사를 통해 국내 기업이 선호하는 사양의 SoC 플랫폼을 구축해 국내 기업들에 저렴하게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는 최신 설계 및 검증 기술을 적극 적용하고 핵심 SoC 기술의 국산화를 추진하며, 국내 기업들이 최신 SoC 설계기술을 이용해 경쟁력이 있는 SoC를 개발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1년여 동안 노력해 구축한 단일 프로세서 기반 SoC 플랫폼을 적극 보급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사업단 컨소시엄을 구성해왔다. 지금은 15개 중소기업과 13개 대학연구실 그리고 1개 연구기관이 컨소시엄에 가입했다. 컨소시엄 회원에게는 사업단 SoC 플랫폼의 평가 패키지와 플랫폼 사용법 교육 기회가 제공되고, 사업단의 기술을 우선적으로 이전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사업단은 최근 제1회 성과 발표회를 개최하고 그동안 구축한 ‘SoCBase 1.0 플랫폼’을 국내 기업들에 소개했다. 내년에는 고성능 SoC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다중 프로세서 기반의 플랫폼인 ‘SoCBase 2.0’을 구축해 보급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구성 가능 프로세서 기반 SoC 설계기술을 이용하는 SoC 플랫폼도 구축, 보급할 예정이다.
SoC설계기술사업단이 경쟁력이 있는 SoC 플랫폼을 보급해 국내 SoC 산업의 활성화에 일조하기 위해서는 산·학·연 각 주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SoC 설계기술의 공유와 제공이 매우 중요하다.
<채수익 SoC설계기술사업단장·서울대 교수 chae@sdgroup.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