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이 두루넷 인수의 외자 파트너로 미국 메릴린치와 13일 전격적으로 손잡았다.
이에 따라 이날 입찰 제안서 제출을 마감한 두루넷의 인수 경쟁은 데이콤-메릴린치 대 하나로텔레콤-AIG·뉴브릿지라는 새 구도를 형성했다.
데이콤은 이날 전략적 파트너인 미국 메릴린치와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두루넷 인수를 추진키로 하고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데이콤은 지금까지 씨티그룹을 포함한 여러 파트너들과 협상을 진행해온 결과, 데이콤의 바람직한 외자유치 목적에 맞는 조건을 제시한 메릴린치와 뜻이 맞아 공동으로 두루넷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과 매각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메릴린치는 데이콤에 기간통신사업에 대한 경영권을 국내사업자가 보유하고, 장기적 투자 목적의 전략적 투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콤 고위 관계자는 “당초부터 복수의 외자와 협상을 진행해왔고 메릴린치가 경영권 확보나 에쿼티(지분투자) 측면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 결정했다”면서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이 각각 제시한 인수대금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으나 크게 높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법원과 두루넷매각대행사인 KPMG 등은 이르면 16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정지연·손재권기자@전자신문, jyjung·gjack@
(미니해설)
데이콤이 파트너를 씨티그룹파이낸셜프로덕츠(CFP)에서 막판에 메릴린치로 교체하면서 그 배경과 인수전에 미칠 전망에 관심이 증폭됐다. 데이콤은 당초 장기 자본투자를 약속했던 씨티측이 막판에 조건을 악화시키면서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한 ‘비장의 카드’ 메릴린치를 선택했다고 밝혔지만 새로운 협상 조건 역시 베일에 가려져 있다.
문제는 당초 씨티측이 자본투자 의지를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본 입찰서 작성 과정에서 자금대여(loan) 형태로 데이콤측을 압박했던 것처럼 메릴린치과의 최종 조건 협상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또한 자금 여력이 없는 데이콤이 두루넷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기간통신사업자 인수합병(M&A)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사업의지와는 상관없는 외자의 놀이터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부담으로 남아 있다.
데이콤측은 “외자 유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고 주장, 외자의 자본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고심의 흔적을 내비쳤다. 하지만 두루넷 매각 대행사측은 평가배점의 75%를 매각금액에 두고 있어 데이콤의 이같은 의지가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재유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인수 제안가가 비슷하다면 데이콤이 외자들로부터 주도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냐를 법원과 두루넷측이 얼마나 평가할지도 관심사다.
한편 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은 이날 입찰서, 입찰규정준수 확약서, 경영계획서 등을 담은 두루넷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데이콤은 하나로와 달리 컨소시엄 협정서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