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생체인식 산업의 현실과 미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이 이제는 우리 생활 속에서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혈관인식 기술을 이용한 출입통제장치, 은행 ATM기기의 지문 인증, 미국 공항 입국 수속시 지문·얼굴정보 입력 등이 주요 사례다.

 2001년 미국의 9·11 테러 이후 생체인식 기술 관련 국제표준기구의 활동이 빠르게 전개되었으며, 그 결과 내년 상반기에는 생체인식 관련 세계 표준이 처음으로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유럽, 중동의 경우 국내 시장보다 빠른 속도로 시장과 응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생체인식 시장 규모는 매년 30∼50%에 달하는 고속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적 차원에서 그 과실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도 업계와 정부 관련 기관은 생체인식 표준화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업계는 세계적으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으나, 국제 표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체인식 기술 표준화에 대해 마땅히 관련 산업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학계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생체인식 산업 종사자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표준의 파급 효과는 필자 회사가 국내 모 업체와 함께 참여하였던 국제노동기구(ILO)의 ‘선원증명서를 위한 생체인식 기술 테스트’ 결과를 하나의 예로 들 수 있겠다. 국제 표준 규격을 요구하는 이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통과함으로써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데 큰 이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정부 각 부처의 생체인식 관련 사업 주체의 유기적인 협조체계 및 장기계획 수립 부재에 아쉬움이 있다. 미국의 생체여권 채용 방침에 따라 생체인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외교통상부, 국내 체류중인 해외 인력 관리를 위한 외국인 카드 도입을 준비하는 법무부, 자국민 신원 확인을 위해 지문 인증 도입을 검토하는 행정자치부, ILO 의결에 따라 선원증명서 사업을 준비하는 해양수산부, 국제 표준화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자원부, 마지막으로 정보보안 및 관련 산업 활성화 핵심 부서인 정보통신부 등 현재 많은 행정 부처에서 생체인식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부처 간 정보 교류나 종합적인 사업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업 진행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생체인식 관련 전시회, 세미나, 표준화 회의 등에 정부 각 부처의 담당 인력이 함께 참석해 의견을 활발히 교환하고 있으며, 국익에 관계되는 부분은 의견을 모아 공동으로 대처하고 있어 귀감이 된다.

 마지막으로 수직·수평적 분업화와 협력체제가 필요하다. 국내 대부분의 생체인식 업체는 하드웨어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탄생해 애플리케이션, 컨설팅, SI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중소업체가 모든 기술 부분과 사업 영역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은 자명하다.

 수많은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려 할 경우 구성 요소별 전문성과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기술 요소별 전문회사를 육성하여 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품질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공조가 이루어진다면 국내 생체인식 제품의 품질과 고객 만족도는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 정부 출연 연구소, 학계에도 적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생체인식 기술은 품질 평가, 생체 DB 구축, 사회적 효과, 해외 시장 개척 등 한두 업체가 감당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모든 관계 기관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역할을 분담하고 재원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루게이트 대표이사 이상현 true@truegat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