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MBCo사는 우리나라와 공동으로 발사한 아래아한별위성을 통해 지난 10월 20일 동영상 6개 채널 등 총 40개 채널의 DMB 서비스인 ‘모바HO!’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차량용 서비스뿐만 아니라 국내선 항공기에도 곧 서비스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국내 위성DMB 사업은 지상파 재전송 문제로 표류했다. 위성통신 장비 및 부품업계에서는 모처럼의 산업 활성화 기회를 잃을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사업 신청을 마친 티유미디어는 선정되더라도 지상파TV 재송신 허용시까지 시험방송만 실시하겠다고 밝혀 사업 전망도 불확실하다. 방송위는 지상파DMB 사업자 선정에 맞춰 내년 2∼3월에야 위성DMB의 지상파TV 재송신 허용여부를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위성DMB가 위성방송 가시밭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이다. 1995년 무궁화위성을 발사해 놓고도 방송법 문제로 위성을 6년이나 쓰지 못한 채 2002년에야 위성방송을 시작할 수 있었던 쓰라린 기억이 남아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올해 14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시장 진입 초기 단계라고 하지만 지상파 재전송 금지라는 악재도 적자 발생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위성이라는 첨단 매체를 사용, 디지털방식으로 선명한 화질의 방송을 이른 시일 내에 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위성방송이 전국 어디에서나 동시에 시청할 수 있다는 이점에 되레 발목을 잡힌 셈이다. 위성을 통한 지상파 방송 시청불가라는 암초에 부닥쳐 초기부터 가입자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7월에야 위성방송의 권역별 지상파TV 재송신이 허용되고, 스카이라이프와 지역방송협의회 간의 송출 협의가 타결 단계에 이르러 내년 2월 중에 지상파TV 재송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한다.
방송정책의 첫번째 고려사항은 국민의 시청권을 충족하는 것이다. DMB 서비스의 특징인 방송 주시청 시간대나 시청 화면의 크기, 연속시청 가능시간 등을 보면 기존 지상파TV와 동일한 서비스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휴대폰 등과의 결합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DMB 서비스는 단순히 지상파TV의 이동수신 보완을 위한 TV방송 서비스라기보다, 새 매체와 새 콘텐츠에 의한 뉴미디어 서비스로 보는 게 더욱 타당할 것이다.
지상파DMB 준비 사업자들이 지상파TV의 단순 재전송보다는 방송 콘텐츠의 변환이나 재편성, 재제작 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도 이러한 특성이 반영되어서다. 비록 방송법 개정을 전제로 하지만 결국 위성DMB나 지상파DMB 모두 지상파TV의 단순 재전송에 의존하기보다 지상파TV의 콘텐츠를 활용, 재편성 또는 가공을 통해 서비스해야 환영을 받을 것이다. 단지 전국적인 서비스 영역을 갖는다는 이유만으로 위성DMB에 재전송을 금지하는 것은 균형있는 매체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성DMB는 특정 기업이 주도하여 구축됐지만, 어쨌든 국가에서 표준으로 인정한 전송방식과 기술기준에 맞는 방송 송수신 시설을 갖는 국가의 방송매체다. 불공정한 사업 경쟁구도가 우려된다면 사업측면에서 정부가 규제정책을 적용하면 된다. 절대 부족인 국내 콘텐츠 현실 상황을 감안하면 콘텐츠를 독자 확보한 후 DMB서비스를 개시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일 것이다. 먼저 위성DMB에 지상파TV의 재전송과 가공을 허용해 시장 수요를 창출케 하고, 이를 통해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유도해 지상파DMB가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통부는 DMB의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술을 세계표준으로 만들어 수출을 통한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애쓰고 있다. 세계 각국을 돌며 로드쇼를 통해 분위기를 조성중이지만 결국 우리나라 DMB의 성공 여부를 지켜보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도 DVB-H나 플로 같은 경쟁 기술로 세계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위성·지상파DMB의 조기 상용화를 통해 국내 경기 활성화를 모색하고 나아가 세계시장 진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위성DMB의 지상파TV 재전송에 대해 지역방송사업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국가경제의 장기적인 안목에서 위성 및 지상파DMB 모두 조기 활성화하는 윈윈 해법을 찾는 게 시급한 일이다.
<이호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hjlee@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