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진출 25주년 맞은 루슨트테크놀로지스

통신장비 업계의 글로벌 대표주자인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한국 진출 4반세기(25주년)를 맞았다. 지난 79년 AT&T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후 국내 통신기술의 발전사의 큰 장을 장식하며 초기 전자식 교환기, 전송장비, 액세스 네트워크 시스템, 무선통신 시스템 및 관련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공급하는 등 통신장비·솔루션 업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우리나라 통신공학 교과서의 역할을 해온 셈이다. 그런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이달 16일 한국 진출 25주년을 맞아 서울시 삼성동 그랜드인터컨넨탈호텔에서 루슨트 산하 연구개발 기관인 벨연구소의 첨단기술 담당 제프자피(Jeff Jaffe) 사장을 비롯해 세계적인 통신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벨연구소 세미나‘를 개최한다.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대표 양춘경)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통신 네트워크의 미래와 비전(Network Vision Today, Tomorrow and Beyond)‘이란 주제로 여는 이 세미나는 우리나라 네트워크의 역사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다.

 ◇AT&T라는 이름으로 1979년 한국 진출=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지난 1979년. 올해로 25주년을 맞기는 했지만 루슨트의 진출을 통해 한국 통신사의 한 페이지가 새롭게 기록된 순간이었다. 초기 AT&T 연락사무소 형태로 진출한 한국루슨트는 지난 95년 정식 법인으로 승격됐다. 이후 96년 루슨트가 AT&T로부터 분리·독립되면서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라는 사명을 사용, 오늘날에 이르렀다.

 초보적인 반전자 교환기가 전부이던 당시 한국루슨트는 ‘넘버원 AESS‘라는 반전자식 교환기와 전자식 교환기를 공급, 국내 만성적인 전화 적체 현상을 기술적으로 해소했다. 또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통신 기술의 격변기에 전문 인력들을 한국에 파견, 다양한 통신장비 생산 능력과 대규모 통신망 관리시스템 노하우를 전수했다. 나아가 합작회사를 통해 전자교환기 기술을 전수, 국내 기업들이 국산 전전자 교환기인 ‘TDX 시리즈‘를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전폭적인 현지화 전략이 성공 요인=무엇보다 루슨트의 기술과 노하우가 초기 아날로그 무선 통신 장비부터 CDMA2000 1x EV-DO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한국 이동통신 산업의 밑거름이 됐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루슨트는 특히 ‘IT코리아’의 신호탄이랄 수 있는 하나로통신의 대규모 ADSL 상용서비스 부문서도 전략 기획에서부터 서비스 개통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루슨트가 국내 진출 초기부터 ‘전 분야 현지화(Multi-local) 전략‘을 채택한 덕분이다.

 루슨트는 영업·기술 지원은 물론 시장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개발인력까지 현지로 옮겼다. ‘기술의 현지화‘ ‘서비스의 현지화‘ ‘인력의 현지화‘를 실천한 것이다. 한국 루슨트의 성장 역사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전문 인력 양성. 이미 지난 1984년부터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수년 동안 100여명의 인력을 미국 AT&T 본사와 벨연구소에 연수시켜 전문 연구개발 인력 양성을 지원했다. 당시 타 외국 통신장비 업체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벨연구소 한국지사 설립도 ‘성과‘=전 세계 유무선 통신 기술을 선도하는 벨 연구소의 지사를 한국에 설립한 것도 루슨트의 기술 현지화 의지의 소산이다. 그 결과 한국 루슨트는 국내에 현존하는 모든 방식의 통신시스템을 지원할 수 있고,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통신장비 업체로서의 위상을 확보했다. 한국루슨트 양춘경 사장은 “한국 진출 20여년 만에 세계 수준의 통신 강국이 된 한국의 통신산업 발전에 나름대로 큰 몫을 했다는 자부심이 크다”며 “앞으로 BcN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통신 발전에 보다 큰 활약을 할 것”이라는 말로 20주년을 맞는 소감을 대신했다. 루슨트는 앞으로 한국의 중소기업 및 통신장비 업체들과 VDSL·이동통신솔루션·BcN·컨버전스 부문서 파트너십을 강화, 상호 윈윈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업 위상 ‘정립‘=루슨트가 가장 돋보이는 부문은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의 이상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루슨트는 지난 25년간 학교나 단체·기관을 지원함은 물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봉사 활동에 참여해왔다. 최근 5년간 루슨트는 국내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5000달러의 장학금 전달과 본사 방문 및 인턴십 기회를 제공했다. 루슨트는 특히 지난 2002년부터 45만달러를 지원, PC교육·인터넷활용·웹디자인·홈페이지 제작 등의 기술을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전수하는 ‘아이티 프로그램‘도 가동해왔다. 매월 100여명씩 3년 동안 모두 3600여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았다. 루슨트는 특히 ‘봉사의 날‘을 제정, 보육원 봉사·어린이집 봉사·소외 어린이 돕기 등 국내 봉사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루슨트 재단으로부터 1500달러의 별도 지원금을 받아 보육원에 기부하기도 했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