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이 두루넷 인수대리인(회계법인) 삼정MPMG에 두루넷 인수를 위한 공개경쟁 입찰서를 제출하면서 공은 이제 법원과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삼정KPMG사무실에서 두 회사의 입찰제안서를 건네받은 박석원 두루넷 대표(관리인)는 “법원에서 판단하겠지만 이르면 16일, 늦어도 20일에는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해 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또 다시 유찰은 없다= 법원과 채권단이 약 5700억원에 이르는 두루넷 부채를 보상할 것을 요구하고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이 4000억원대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한 때 유찰 가능성도 언급됐다. 그러나 법원과 채권단은 올해는 두루넷 매각을 성사시킨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루넷 지분 24.5%를 보유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대금에 대한 차이가 크더라도 채권단은 4000억원 수준이라고 해서 버틸 수는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얼마를 썼나? = 두루넷 인수 대금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전부터 적정가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다.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은 공개입찰서를 제출하면서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다”라고 밝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항간에 떠도는 것처럼 5000억원 수준의 무리한 가격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는 일치한다.
특히 양 사가 두루넷을 실사한 결과 실제 가입자가 발표치인 130만명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왔으며 최근 발표된 두루넷 3분기 실적에서도 전분기 대비 매출액에서만 9%가 감소한 2684억원을 기록,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도 양 사의 인수제시 가격이 높지 않다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이 상당한 자본력을 갖춘 메릴린치와 AIG+뉴브리지캐피털을 각각 파트너로 끌어들여 통신방송 융합시장에 대비한다는 기본 전략을 갖추고 두루넷 인수전에 나선만큼 4000억원보다 낮은 ‘헐값’은 제시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됐다.
이를 종합해보면 통신 전문가들은 양사는 4000억∼4500억원 수준에서 인수가격을 제시했으며 두루넷 기업 가치와 인수 의지를 고려, 100억∼200억원 차이로 결정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콤 외자의 성격= 데이콤이 끌어들인 외자 성격도 두루넷 인수의 주요 변수다. 메릴린치가 법원과 채권단이 믿을 수 있을 정도의 고품질 외자인가 단순 투기자본인가의 여부가 검증되지 않았다. 데이콤은 입찰서 제출 마지막에야 파트너를 메릴린치로 바꿨을 만큼 외자 유치에 공을 들였고 진통도 컸다.
업계 관계자는 “시티그룹파이넨셜프로덕츠(CFP)에서 메릴린치로 바뀌었다고 해서 밝혀진 사실은 외자의 이름뿐이며 성격과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밝혀지지 않아 믿을만한 외자 파트너를 물색했다고 주장하는 데이콤의 유·불리를 판단할 근거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