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전반적으로 포근한 가운데 눈이 많이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눈이 많이 내렸다. 울릉도며 강원도 산간에 어른 키만큼의 눈이 왔다는 뉴스도 잦았다. 시골에서는 물론이고 웬 만한 도시에서도 눈사람을 뭉치거나 눈썰매를 타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눈다운 눈을 보기 힘들다.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날씨마저 따뜻하다. 환경파괴에 따른 지구온실효과의 영향이라고 한다. 연일 오르는 유가로 난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에게는 고맙지만 역시 겨울은 추워야 하고 눈도 많이 와야 한다.
본래 눈은 바늘 모양, 각진 기둥 모양, 판 모양 등 여러 가지 형태를 갖는다. 크기는 보통 2㎜ 정도이므로 돋보기를 쓰면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섬세한 구조의 결정이어서 빛이 반사하거나 굴절할 수 있는 면을 무수히 갖고 있다. 따라서 희게 보인다.
눈 결정은 내릴 때 서로 엉겨 눈송이를 이룬다. 눈송이의 크기는 보통 1㎝ 정도이지만 수천개의 결정이 엉겨붙어서 된 수십 ㎝의 눈송이가 관측된 사실도 있다.
함박눈은 포근한 날 잘 내리며 추운 날에는 큰 눈송이로 성장하지 못한 가루눈이 내린다. 함박눈은 끈기가 있어서 잘 뭉쳐지지만 가루눈은 끈기가 없어서 잘 뭉쳐지지 않는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눈을 노래한 시들이 많다. 그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김수영 시인의 ‘눈’이 다시 읽힌다.
50년대 절망과 패배에 지친 젊은이들이 이 시를 읽고 힘을 냈다. 김수영이 지칭하는 시인을 기업인으로 바꾸면 요새 기업들의 상황과도 잘 들어맞는다.
시에서 눈과 시인은 모두 세상에 내던져진 피투성이 존재이고, 지상세계는 한계상황이다. 눈이 지상에 녹아 사라지지 않고 자신을 지키고 있는 데 비해 시인은 그렇지 못하다. 이를 파악한 김수영은 “젊은 시인이여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고 외친다.
시에서의 젊은 시인이 마치 작금의 대부분의 벤처인처럼 느껴진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죽음을 잊은 젊은 벤처인들’의 건투를 빈다.
경제과학부·허의원차장@전자신문, ewh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