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은 지난달 24일 두루넷 인수의 외자파트너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시티그룹파이넨셜프로덕츠(CFP)와 전격적으로 제휴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설명은 “CFP는 론 투자가 아닌 장기적 관점의 전략적 투자다. CFP는 사모펀드가 아니며 시티그룹이 자기자본을 직접 투자해 지분투자(에쿼티)를 한다”였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때부터 실체가 의문시됐던 CFP가 직접 데이콤과 손잡은 이유와 배경을 설명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데이콤 측은 “자본투자인데 왜 자꾸 음해하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그랬던 데이콤이 지난 13일 두루넷 매각대리인 삼정KPMG(회계법인)에 제출한 한 박스 분량의 두루넷 입찰 제안서 중 컨소시엄 협정서에는 제휴선이 CFP가 아닌 메릴린치홀딩스로 바뀌었다.
현장에서 기자가 교체 이유를 묻자 담당자는 “메릴린치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파트너를 바꿨다”고 답변했다. 거듭 질문하자 데이콤의 핵심 인사는 “CFP는 자본투자가 아닌 론 투자를 원했기 때문에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데이콤은 “CFP는 론이 아니라 자기 자본을 가진 자본투자다”라고 거듭 강조했다가 다시 “론 투자만을 원했다”고 말을 바꾼 셈이다. “공시에도 CFP ‘등’과 제휴를 추진중이라고 했지 CFP랑 하지 않았다”는 말도 있었고, 심지어 “마음대로 추측하시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외자유치 시에도 반드시 경영권을 방어해 한국 통신시장이 외자의 놀이터가 되도록 방관하지 않겠다는 데이콤의 의지도 높게 평가할 일이다. 비밀협상을 유지, 외자와 신뢰를 지키겠다는 의도도 이해할 수 있다.
남모를 속사정이 있을 법도 하다. 데이콤이 CFP에 자본투자를 기대하고 계속 협상했는데 잘 안됐을 수도 있다.
아무튼 제안서 제출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렇다 해도 깜짝쇼를 하듯 갑자기 파트너가 바뀐 대목은 이해하기 어렵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