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벤처, 진화는 계속된다

법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항상 ‘법’을 경계한다. 벤처산업의 한복판에서 8년 넘게 있으면서 항상 그 ‘가운데’를 경계했다. 누구나 자기가 몸담고 있는 곳이 어디든 잘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항상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모든 존재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벤처 언저리에서, 벤처가 그래도 우리의 미래라고 믿고 있는 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고 있다. 1998년 이후 3년은 아마 한국 자본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많은 기업이 명멸한 것도, 그렇게 좋은 기업들이 창업된 것도 1945년 우리나라에 서구 자본주의체제가 제도화된 이후 최초일 것이기 때문이다.

 벤처산업은 지금 기로에 서있다. 벤처에 관한 모순과 억측으로 가득 찬 이야기들이 각종 뉴스매체를 도배하고 있다. ‘벤처는 죽었다’ ‘벤처는 신성장동력이다’라는 말은 이제 진부하지만 이보다 실상을 더 잘 드러내는 말(?)도 없다. 사외이사로서 7층 구석방에서 매주 이사회를 하던 시절부터 이제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한 엔씨소프트를 지켜보면서 그저 운이 좋았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 꿈이 있는 곳에서 아직 나를 떼어 버리지 못하고 있다. 벤처산업의 중심은 항상 욱일승천하는 기업으로 가득 차 이제 그 변방을 쉽게 잊을 것 같다. 다시는 변방도 없고, 중심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을 눈으로 얽맨다.

 정부가 경기부양의 한 방책으로 벤처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벤처산업에 몸담고 있는 필자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필자도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벤처에 관심을 갖고 사법연수원 시절에는 동기생들과 원룸을 얻어서 법률자문을 시작했고,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했던 사람이다. 그후 1999년을 맞았고, 지금에 이르렀다. 돌이켜 보면 경험보다 무서운 선생님이 없는 것 같다. 젊은 혈기와 기회는 결코 양립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떤 경우에는 무리한 의사결정도 했고, 지금 생각해도 그런 기회에 내가 동참할 수 있었다는 데 감사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내게 부족했던 한 가지를 들라면 자신 또는 자신의 의사결정을 ‘객관화’할 수 있는 힘의 결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모든 비극과 잘못된 결정이 나왔다.

 현재가 좋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것도, 현재가 힘들다고 해서 마냥 슬퍼할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벤처산업은 2001년 이후 웃자란 대가를 톡톡히 치러왔다. 그러나 나는 벤처산업의 미래를 낙관했으며, 국가 정책결정자가 원칙을 지켜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기다림이 현실화되자 그 이후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되어야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서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동의해야 하지만 지난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디나 미꾸라지 한 마리는 있을 수 있다. 지금은 코스닥 시장의 스타주가 된 NHN은 두번의 재심의를 받아야 했고, 등록한 지 6개월이 채 안된 회사가 퇴출되어야 했던 아픈 경험도 공유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항상 변방에 있었다. 항상 ‘아방가르드’이고 싶은 것이다. 아니 존재적 기반인 것이다. 존재적 중심은 아니더라도 역사발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아방가르드적 인간으로 산다.

 벤처산업은 이제 더는 ‘변방’이 아니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힘은 가운데를 용광로로 만들고, 다시 살아나 변방을 개척할 것이다. 이제 다시 법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돌아가면 지금의 진화를 통해 벤처산업은 그의 ‘몫’으로 예정된 우리 경제와 산업의 중심을 차지할 것이다. 법률가로서 이를 확인하는 것이 나의 임무다. 1999년을 딛고, 벤처는 그래도 진화할 것이다. 한국 벤처산업 파이팅.

 <배재광 어드밴스그테크놀로지그룹 대표 law@cyberla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