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음반·비디오물 등의 등급 심의를 담당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의 뇌물수수가 밝혀짐에 따라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이른바 ‘고무줄 심사’에 대한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게 됐다. 또 그동안 설로만 떠돌았던 영등위의 도덕성 시비가 도마위에 올라 위원회의 게임심의권 박탈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같은 사실은 16일 모 게임개발업체로부터 등급심의와 관련된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전 영상물등급위원회 소위원회 의장 조모(51)씨가 검찰에 구속기소됨에 따라 표면화됐다. 검찰은 이날 조씨가 지난해 6∼12월 사이에 ‘스크린경마 등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심의 정보를 넘겨주고 심의가 잘 통과되도록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개발업체인 F사 사장 박모(36)씨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300만원 외에 주식투자 명목의 차용금 1억원 등 1억2000만원이 넘는 금품 등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그동안 게임물 심의과정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위원들에 등급 분류심사를 맡겨 업계로부터 원성을 샀던 영등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도덕성에 큰 상처를 받게 됐다. 이번 사건은 또 게임물 등급 심사 등에 대한 권한을 제3의 기관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와관련 청소년보호위원회 등 청소년관련단체들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게임산업진흥법’의 법률적 근거를 바탕으로 심의권 자체를 청소년 보호기관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보위의 한 관계자는 “게임물 등급분류의 일차적 목적은 청소년 보호”라며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영등위의 게임심의 권한을 하루빨리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영상등물등급위원회의 상급기관인 문화관광부는 “이번 사건은 영등위원 개인적인 문제일뿐 영등위의 기관존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게임산업진흥법에 의거해 게임물 심의에 대한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게임산업진흥법은 ‘문화관광부장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게임물 등급분류기관을 지정하거나 그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 영등위 외에 다른 기관에서도 게임심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