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일부 심의위원이 뇌물수수혐의로 검찰에 의해 입건됨에 따라 위원회의 도덕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업체 로비와 위원들의 비리가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위원회의 개혁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영상믈등급위원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조망해 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없애던지 완전 물갈이를 해야한다.”
유해 매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할 의무를 지닌 영등위가 게임 등급 심의과정에 불법 로비가 얼룩진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단체 및 네티즌들은 영등위에 대한 비난으로 들끓고 있다. 청소년보호단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오락가락했던 등급분류가 이같은 불법로비 때문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제 누가 영등위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기관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영등위 측도 지난 66년 한국예술문화윤리위원회란 이름으로 무대작품 및 가요음반의 가사와 악보 심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위기라고 보고 있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위기감과 허탈감이 기관 내부에 팽배한 상태이다. 사무국의 관계자는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가장 공정해야 할 기관이 돈에 흔들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심의위원 위촉과 심의기준, 운영 등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 영등위 심의위원에 위촉된 한 관계자도 “이번 사건은 개인의 문제지만 개인의 비리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심사위원 인력풀을 구성해 심사때마다 바꾸는 등 개인비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태에 대한 김수용 위원장의 사과문 발표와 함께 위원장직 사퇴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의 파장이 만만치 않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김 위원장은 99년 6월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가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후 초대 위원장에 취임해 지금가지 무난하게 이기구를 이끌어 왔다는 평을 받았으나 이제 불명예 퇴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상급기관인 문화관광부내에서도 영등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영등위에 대한 관리감독기관이 없어 비리사건이 벌어졌다는 의견이 있다”며 “영등위의 입법·사법·행정권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현 ‘음반·비디오·게임물 등에 관한 법률’을 대체하게 될 ‘게임산업진흥법’에 대한 관심이 비등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다. 벌써부터 새 법을 통해 영등위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거나 아예 게임심의 자체를 제3의 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심의위원 비리사건은 결국 영등위에 대한 문화관광부의 입김을 강화하는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