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일관성에 대하여

 대학총장을 선출할 때의 일이다. 50대의 능력이 탁월하고 용이주도한 사람과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40대의 인물이 있다. 어느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누구나 50대의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 능력 우선의 사회에서는 나이보다 능력이 우선이다.

 그러나 세계적 명문 하버드대학의 총장 선출은 다르다. 하버드대학은 주저없이 40대 인물을 선택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소 능력이 떨어지지만 40대 인물은 앞으로 대학운영을 일관성 있게 처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는 단순한 것 때문이다. 50대 인물이 앞으로 10년 동안 대학운영을 맡을 수 있다면 40대 인물은 20년 동안 일관성 있게 운영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국의 교육정책을 말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일관성 부재’다. 조변석개하는 정책에 따라 학교와 학생들은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라면 심각한 문제다. 일관성이 없다보니 ‘교육정책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인 삼성·LG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규모의 경제’를 이끄는 시스템도 있겠지만 장기간 체계화된 일관성을 빼놓을 수 없다. 이른바 ‘삼성의 경영론’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최고경영자인 회장의 심중이 정확하게 임원들에게 전달되기까지 3년이 걸린다. 다시 임원들의 의지가 중간관리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까지 3년이 걸린다. 중간관리자의 의지가 일선 현장의 담당자에 이르기까지 또 3년이 걸린다. 합이 9년이다. 10년은 지나야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일선현장의 담당자에게까지 왜곡없이 전달된다는 얘기다.

 10년이 안돼 경영자가 바뀐다면 모두 허사로 돌아간다. 물론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은 예외일 수 있다. 하지만 벤처가 대기업으로 올라서기까지의 일관성 역시 경영의 큰 몫을 차지한다. ‘변해야만 산다’는 구호가 진리로 통하는 시대다. 변한다는 것이 일관성을 파괴하라는 뜻은 아닐 게다. 초지일관(初志一貫)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 금과옥조다.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디지털산업부·이경우차장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