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트가 넥스텔커뮤니케이션스를 인수·합병하면서 싱귤러와이어리스·버라이존와이어리스와 필적할 만한 덩치를 갖췄지만 합병기업 ‘스프린트넥스텔’의 앞날은 순탄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동통신업체의 인수·합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스프린트넥스텔은 다른 이동통신 업체를 인수할 만한 자금력이 별로 없다. 이번 인수·합병 때만 해도 전체 인수금액 350억달러 가운데 넥스텔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돌아간 몫은 28억달러에 불과하다.
우선 당장 큰 걸림돌은 두 회사 네트워크의 기술적 통합이다. 스프린트는 CDMA 기술을, 넥스텔은 iDEN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또 수익성이 높은 초고속 데이터 서비스 시장과 국제 전화 로밍 서비스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스프린트넥스텔의 골칫거리다.
◇요동치는 미 통신시장, 자금력 확보가 관건=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작은 규모의 이동통신업체 인수·합병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통신사업자가 살아 남기 위해선 신규 서비스 창출을 통한 수익 확보도 중요하지만 양적인 성장, 즉 인수·합병을 통한 가입자 수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스프린트넥스텔의 재무구조는 별로 좋지않다.특히 부채가 많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S&P의 신용등급에서도 경쟁업체들이 A등급을 부여받은 받은데 반해 스프린트는 BBB-, 넥스텔은 BB 등급을 받고 있다. 애널리스트인 데이브 노보셀은 “스프린트넥스텔의 낮은 신용등급은 추후 다른 업체와 합병할 수 있는 자금 유동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기술적 이질성 극복=이번 합병으로 iDEN 방식을 적용받는 넥스텔 가입자는 향후 스프린트의 CDMA 네트워크로 이전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혼동은 불가피하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톨 하트는 “스프린트넥스텔은 당분간 두 개의 상이한 네트워크를 동시에 운용할 것”이라며 “넥스텔 가입자를 스프린트의 CDMA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넥스텔에 휴대폰을 줄곧 공급해 왔던 모토로라가 호환이 가능한 휴대폰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고객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스프린트의 유선전화사업 매각, 약인가 독인가=스프린트넥스텔의 경쟁업체가 이동통신·유선전화·초고속 인터넷을 하나로 묶은 번들 서비스 제공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스프린트는 이번 합병 과정에서 유선전화사업 매각을 결정했다.
스프린트의 유선전화 사업은 가입자 770만명, 시장 점유율 5%에 불과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일 통신 사업자로부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기를 원하는 요즘 소비자의 패턴을 감안할때 스프린트의 유선전화 부문 매각 결정이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초고속 데이터 서비스·국제로밍 서비스도 관건=스프린트와 넥스텔 중 스프린트만 최근 초고속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버라이존와이어리스는 이미 1년 동안 초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싱귤러와이어리스도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프린트넥스텔이 초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발빠르게 준비하지 않으면 고수익이 보장되는 초고속 데이터 서비스 고객을 잃게 된다.
또한 국제전화 로밍 서비스 시장도 스프린트넥스텔이 시급하게 준비해야 할 부문이다. 싱귤러가 유럽·아시아 지역 이동통신업체와 동일한 네트워크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데 비해 스프린트넥스텔은 상대적으로 이질적인 네트워크를 운용하고 있어 국제 로밍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