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IT 한민족 브레인풀` 만들자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중국 옌지와 룽징에 다녀왔다. 한민족복지재단의 한민족어린이돕기운영위원으로 함경북도 청진시 고아원의 어린이들에게 겨울 내의·점퍼 3200벌과 공책 6만권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최근 북한은 기아로 무려 300만명이 죽어 고아가 수없이 발생하였으며, 청진시에서만 1세부터 17세까지의 고아가 3200명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니 북한 전역 고아의 수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라 짐작이 간다.

 옌지의 한 탈북자 가정에서 만난 북한 어린이의 또랑또랑한 노랫소리와 초롱초롱한 맑은 눈망울이 지금까지 눈에 선해 가슴이 미어진다. 이번 방문은 아무리 북한체제가 미워도 동포인 북한 어린이만은 우리가 도와야 한다는 평소의 확신이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민간지원은 평양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로 더 낙후되어 있고 지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함경남북도, 자강도 등 다른 지역에 대한 지원은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북한 당국이 입국을 거부해 목적지인 청진시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회령시의 두만강 건너편인 중국 삼합에서 겨울 내의를 가득 실은 트럭을 북한으로 가는 다리로 보내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옌볜 일대에서 불법체류하고 있는 탈북자 수는 엄청나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탈북자가 전체 가정의 5%에 이를 것이라 말한다. 탈북자들은 중국 공안에 잡히면 두만강변 토문에 있는 수용소로 보내지는데 1개월 내지 1년 정도 억류된 후 북한에 강제송환된다고 한다. 그런데 정치범 등 극히 중요한 범죄자 외에는 북한당국에서 가벼운 처벌만 받고 훈방되므로 다시 탈북하여 옌볜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옌지에서는 우리나라 TV방송을 쉽게 시청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와 옌지 일대를 다녀간 북한 사람들을 통하여 북한 곳곳에 남한의 현실과 함께 자유의 훈풍이 스며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갑작스런 북한체제의 붕괴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므로 민간차원의 지원을 더욱 강화하여 북한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통일 전에 북한 어린이에게 IT교육을 충분히 해 통일 후에 남북한이 하나된 정보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북한 어린이에게 빵과 쌀, 겨울내의 등 그때 그때 필요한 1차적 필수품을 지원하는 것에 만족해 왔다. 남북 화해와 민족 동일성 회복을 위한 초기 지원 단계에서는 이 같은 소비재 제공도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교육·정보통신과 같이 한 차원 높은 장기 과제인 백년대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IT전문가를 보내 북한 어린이에게 정보통신·인터넷·컴퓨터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 교육당국과의 대화가 선행되어야 하고 컴퓨터가 교육용으로만 사용되도록 제한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과 옌볜자치구의 우수한 젊은 과학기술 인재들을 우리 대학과 연구소에 초청하여 글로벌 경쟁에 대비한 IT 연구개발 계획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연구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옌볜의 영재들은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진출하여 좋은 직장에 취직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우수한 두뇌를 가진 이들을 무서운 경쟁자인 중국에 빼앗기지 말고 우리가 적극 받아들여 ‘한민족 브레인 풀’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 참신한 인재들을 데려오면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자극이 되는 등 실보다는 득이 더 많을 것이다. 아울러 현재 우리가 지원하고 있는 북한 어린이 중 우수한 어린이를 엄선하여 세계적인 과학자로 키우는 방안도 강구하였으면 한다. 일과성 지원으로는 의미가 덜하며, 통일의 초석이 될 과학인재를 키우는 아름다운 작업을 장기적으로 벌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nkim@sechang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