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편견 없는 따뜻한 사회 만들기

예년보다 겨울철 기온이 높아져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아직 찾아오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따뜻해진 날씨에 반해, 국내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우리 마음의 온도는 낮아지는 추세다. 경기 불황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어려운 탓인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겨울마다 강남 거리를 가득 채우는 구세군 종소리는 트럼펫과 탬버린까지 가세해 더욱 화려해졌지만 구세군 냄비 속은 예년에 비해 훨씬 비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굳이 물질적인 도움이 아니더라도 훨씬 더 큰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며, 그 기쁨은 물질적인 것보다 훨씬 크더라는 사실을 나는 최근에 깨달았다.

 지난 17일 장애우들과 함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서울의 겨울 풍경을 담기 위해 나섰었다. 나들이 결심은 쉬웠으나 역시나 난감한 순간은 여전했다.

 휠체어의 바퀴가 이리저리 빠지거나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찾을 때의 불편함은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더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내는 낯설고 불편한 시선이었다. 특히 지하철 계단을 휠체어 이동 기구로 올라갈 때 시끄럽게 나오는 음악소리 때문에 흘겨보는 행인들로 인해, 한없이 움츠러들고 상처 받는 장애우들을 보며, 나 또한 어려운 이웃들에게 저렇게 행동한 적이 없었는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장애우들과 함께 인사동 거리에서 엿장수 아저씨, 따끈따끈한 호떡 등 거리 풍경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았을 때 우리가 그들에게 작은 사진 촬영법을 알려주었을 뿐인데도 진정으로 기뻐하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도구가 생각만큼 고민되고 큰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번 자원봉사로 인해 디지털 카메라가 단지 기계일 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마음 속 생각과 아름다운 세상의 찰나를 차곡차곡 디카에 담고 있었던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어도 좋다. 함께 나눌 수 있는 거리만 있으면 된다. 내 주변에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이웃이 있다면 찾아 나서자. 따뜻한 세상,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준비물은 평소 집에서 잠자고 있을 몇 시간과, 작은 취미거리로 함께 나눌 사물 하나 그리고 열린 마음이면 충분하다.

<신용노 올림푸스한국 마케팅부 대리 ynshin@olymp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