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베이징라디오방송이 우리나라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규격을 받아들일 것이란 기대는 지난 6∼7월부터 나왔다. 지난달에는 한국 에이전트에게 방송시스템 구축 권한을 넘겨주기까지 했다.
언론에도 지난달부터 이런 사실이 소개되며 국내 방송 규격의 중국 진출로 조명을 받아 왔다. 발빠른 벤처업체들은 중국 측과 접촉을 시도하며 시장 개척에 총력을 다했다. 우리가 이제 중국 DMB시장 개척의 주도권을 쥘 수 있으리란 희망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방한한 베이징라디오방송과 실제 서비스를 제공할 펀드래곤디지털멀티미디어브로드캐스팅의 인사들을 만나봤더니 우리 희망과는 다른 얘기들이 나왔다. 펀드래곤의 난하이 이사는 “이번에 한국에 들어오면 지상파 DMB와 다른 기기를 합친 복합단말기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다”며 “당초 기대보다는 (기술 개발) 진행이 덜 됐다”고 말했다. 또 “수신기 구매 규모는 가격에 따라 다르다”며 합리적인 가격을 강조했다.
국내 지상파 DMB 수신기 개발업체나 방송시스템 구축업체에 슬쩍 물어봤더니 중국 측이 제시한 가격대가 너무 낮아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한 관계자는 “방송시스템 기자재를 확인해 보니 대부분 독일산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국의 지상파 DMB 시장을 다시 생각해 보자. 중국은 그동안 주파수 배정만 해놓고 사용하지 못했던 디지털오디오방송(DAB) 채널을 이용해 지상파 DMB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필요하다. 중국이 고민해야 했던 부분을 우리가 먼저 선행 투자를 통해 연구·개발해 왔다. 분명히 ‘우리 몫’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당장 판로가 없는 상태며, 중국은 이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중국 측의 얘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당신들은 한국에도 잘 팔 수 없는 상황인데 도와 주는 우리에겐 값싸게 줘야 하는 것 아니냐”다.
중국 시장의 거대한 잠재력을 볼 때 우리가 어떻게든 초기 DMB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는 명제는 살아 있다. 그렇다고 속된 말로 ‘못 먹어도 고(go)’를 외쳐선 곤란하다. ‘샨다의 교훈’이 떠오른다. 게임업체인 액토즈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를 중국에서 서비스해 성장한 중국업체인 샨다네트워크는 결국 지난달 말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