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영상물등급위원회](하)개혁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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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심의위원 구속사태이후 닷새만인 21일 처음으로 전체 위원회의를 열고 개혁방안 등을 논의했다.

 비공개로 개최된 이날 회의에서는 등급분류 소위원회 위원 구성 방안 등 업계의 로비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문화관광부는 로비사건이 터진 이후 곧바로 영등위에 공문을 발송하고 심의위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마련, 시행토록 촉구했다. 영등위의 개혁에 대한 문화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문화부 입장에서도 영등위의 개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영등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영상산업진흥과의 한 관계자는 “영등위는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부가 통제·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영등위 스스로 내부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현재의 음비게법을 대체할 게임산업진흥법에서 게임심의 기관을 장관이 지정할 수 있도록 해 타기관의 이전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문화부도 게임 심의를 타기관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탐탁지 않은 눈치다. 결국 위원회가 뼈를 깎는 내부개혁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등위는 내부 개혁을 통해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 외에 다른 대책이 없다. 결국 심의의 공정성 확보가 관건이다. 현재 영등위 구조는 로비에 취약한 맹점이 있다. 소수 위원이 장기간에 걸쳐 등급분류를 맡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로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문화상품의 특성상 등급분류 기준에 추상적인 부분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어 위원 개인의 판단 재량권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이같은 점에 일조하고 있다.

 따라서 부패의 여지를 막기 위해 위원 수를 크게 늘리고 사전에 누가 어느 게임을 다루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분과(소위원회)당 20∼25명 가량의 위원을 두고 추첨을 통해 등급분류를 맡기는 풀(Pool)제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방식은 특정 게임을 어느 위원이 맡는지 게임업체는 물론 위원 자신도 추첨 때까지 알 수 없어 로비 가능성을 크게 줄인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심의위원 간의 내부 견제를 위해 업체 관계자들을 심의위원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영등위가 공정성을 우려해 업체 인물을 배제하고 있으나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업체 인물이 대거 포함될 경우 업체간 견제로 인해 로비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영등위의 이시우 사무국장은 “앞으로 전체 위원회를 통해 로비근절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내년 초까지 문화부 등과 협조를 통해 개혁안을 마련하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혀 개혁 영등위의 향배가 주목받고 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