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IT서비스 운영방식이 계속 문제로 지적돼 왔다. IT용역 대상의 전체업무에 대해 광범위한 외부 지원인력 계약을 하고, 업무별로 1명 내외의 내부직원이 외부 인력을 관리하는 체계로 운영하는 것과 1년 단위의 단기 계약에 따라 장기적인 운영효율성과 안정성을 기하지 못하는 점 등이 업계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방식의 계약은 일의 양과 상관없이 투입인력 몇 명에 얼마 하는 식으로 이뤄져 실질적인 과업기준의 사업관리가 불가능했다. 심지어 외부 인력이 출근만 하면 형식적인 계약이행이 완료되기도 한다. 발주기관은 연도별 실적을 감안해 다음해 계약에서 서비스 수준 강화 등 조건을 조정해야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서비스 품질 개선에 유리하다. 아웃소싱 업체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업무 인수인계 등 인력의 안정적 운용이 가능해져 용역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외부서비스 운영위탁 계약과 운영 방식이다. 하지만 공공 IT서비스 발주의 문제점으로 △투입인력 중심의 단가산정 △단기계약에 따른 운영효율성과 안정성 확보의 한계 △잦은 설계변경에 따른 업무량 산정과 대가지급의 불명확성 등이 지적돼 왔다.
예컨대 운영위탁 계약의 일차적인 목적은 현재 서비스의 안정성 유지라고 할 수 있으나, 수시로 변경되는 업무적 특성과 신규서비스 요청에 따라 운영과 개발이 혼재되므로 어디까지가 계약업무인지에 대한 모호함이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조달청이 나라장터 운영경험을 토대로 그동안 학계나 관련 업계 등에서 제기돼 온 공공기관의 IT서비스 발주 방식 개선 요구를 획기적으로 수렴, 내년부터 제도개선을 적용하기로 발표해 고무적인 시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비 산정 표준인 기능점수(FP:Function Point) 방식을 적용, 기본업무 외 추가 개발이 있을 경우 이를 사후에 확인해 추가로 대가를 지급키로 함으로써 일의 양에 상응하는 보상과 위탁업체의 자발적 서비스 개선을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조달청은 추가개발 여부의 객관적 기준 마련을 위해 프로그램 소스를 수정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추가개발로 보기로 했지만, 사소한 수정으로 기능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 기능점수에 의한 대가가 산출되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기본업무에 포함돼 왔다. 다른 기관들이 유지보수 업무에 이 기준을 적용하지 못하는 요인이었던 기본업무의 객관적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조달청은 대형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통해 3만개 공공기관과 11만개 기업 간에 거래되는 연간 40조원의 공공조달을 전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큰 시스템을 운용하는 데에는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2005년부터 적용되는 새 IT용역 발주제도를 통해 직접운영과 위탁운영을 철저히 분리하고, 각각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함께 주는 방식으로 운영체계를 변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달청의 이러한 노력은 그동안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공기관들이 예산운용의 경직성, 원가계산의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그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적용을 꺼려왔던 것이기에 더욱 주목할 만하다.
사실 한 개 업체를 대상으로 인력 계약을 하고 적당히 책임을 공유하며 인력관리만 하는 것이 공무원의 입장에선 가장 간편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민간 기업에서도 적용이 번거로워 거의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방식이므로 새로운 모험에 박수를 보낸다.
조달청의 과감한 시도가 범정부적인 IT서비스 표준운영모델로 정립되는 결실을 얻은 후 공공 IT서비스 전체에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자정부 서비스의 질과 우리나라 SI업계의 경쟁력 제고로 연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릉대학교 정보전자공학부 권기태 교수 ktkwon@kangn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