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통계는 일관성을 갖는다. 대부분 통계청이 집계한다. 또는 관련부처의 자료가 공신력 있는 전체의 자료로 이용된다. 관세청의 수출입 통계 역시 가장 공신력 있는 발표다. 매달 산업별로 수출입 통계가 발표되고 이 자료를 이용해 국가 산업정책이나 기업의 사업계획이 이루어진다.
산업자원부는 매달 2일 수출입 통계자료를 발표한다. 관세청의 자료를 받아 나름대로 분석한 후 각 언론을 통해 공표한다. 산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1월 휴대폰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0% 증가한 21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휴대폰 수출이 월별 처음으로 20억달러를 넘어서는 분수령이 된 날이었다. 반도체 수출도 디지털전자제품 생산을 위한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작년 동월 대비 20.7% 증가한 24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정보통신부도 IT수출입 관련 통계를 발표한다. 지난 11월 통계치는 산자부보다 다소 늦은 지난 7일 발표했다. 그런데 같아야 할 정부의 통계치가 양 부처의 거름종이(?)를 거치면서 서로 다른 결과를 낳았다. 정통부가 집계한 휴대폰 수출실적은 24억5000만달러. 전체 IT 수출의 35.6%를 차지하면서 기존 1위 품목인 반도체를 밀어냈다고 발표했다.
휴대폰 수출에서 산자부의 통계와 정통부의 통계는 정확히 3억2000만달러의 오차가 있다. 순위도 뒤바뀌었다. 산자부는 휴대폰 수출이 급성장했으나 여전히 반도체가 IT수출의 1위자리를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정통부는 휴대폰이 반도체를 밀어내고 IT수출 1위로 등극했다고 발표했다.
오차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통계자료를 자세히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정통부의 통계는 휴대폰에 휴대폰 관련 부품의 수출실적까지 포함시켰다. 반면 산자부는 휴대폰 부품을 전자부품에 포함시킨다. 결국 휴대폰 부품의 항목이 휴대폰으로 가느냐, 전자부품으로 가느냐에 따라 통계치가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품목간 순위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어이 없는 일이다. 어느 한 쪽의 통계만을 본 사람이라면 정부의 통계라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믿을 것이다. 이 수치를 가지고 사업을 계획하는 기업인을 담당 공무원들이 헤아려나 보았는지, 정부의 통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한번 묻고 싶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