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어제 확정한 정책과제 가운데 ‘2005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평가 추진계획’과 ‘과학기술기본계획 2005년도 시행계획’은 우리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오명 과학기술 부총리가 이끄는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과학기술혁신 종합조정체제가 본격 가동되는 첫해인 내년도에 실시될 국가 연구개발활동 평가시스템과 연구개발예산 배분체계 등 과학기술정책 대강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확정된 과학기술기본계획 2005년도 시행계획을 보면 18개 부·청이 새해 14대 분야 78개 중점과제에 투입할 연구개발 예산은 모두 5조6096억원으로 올해보다 22.8% 늘어났다. 과학기술로 국가 경제발전의 기틀을 튼튼히 다져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과학기술 발전 촉진에 기대감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국가 재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라 할 수 있는 미래 성장엔진 창출을 위한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면서도 기술혁신의 기반이 되는 기초과학·연구진흥,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 과학기술 혁신사업에도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예산이 배정됐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국가 전략과학기술의 개발과 과학기술 역량 제고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에 2조925억원을 투입하고 성과중심의 추진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것은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은 누차 지적했듯이 우리나라가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길이기도 하지만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도 그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민간 투자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옳은 방향이다. 특히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기술이 실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형 국가 연구개발 실용화사업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연구개발 사업의 효용성 측면에서도 당연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내년도 연구개발 사업 평가 추진계획을 보면 그간 논란이 일었던 평가방법과 체계 등과 관련된 문제점들이 말끔히 정리될 듯하다. 더욱이 내년도 사업 평가대상을 당초 20억원 이상의 사업에서 100억원 이상의 대형 사업으로 축소하면서도 21세기 프런티어, 차세대 성장동력 등 국가 주요정책 관련 사업은 예산규모와 상관없이 평가하기로 한 것은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는 바람직한 결정으로 여겨진다. 특히 기술분야별 분류 평가와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전문가 풀(pool)을 활용해 평가위원을 선정하겠다는 것은 평가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 가운데 2006년부터 국과위가 주요 사업만 3년 주기로 평가하고 나머지 사업은 부처가 자체 평가하도록 한 것은 한편으로 각 부처에 연구개발사업의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기획·조정·평가를 핵심기능으로 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새해부터 업무를 본격화하는 만큼 이곳에서 관리해도 별 문제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각 부처의 평가가 얼마나 객관성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판단되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 과학기술 혁신체제가 갖춰졌고 새해 과학기술 정책의 골격도 확정됐다. 남은 것은 과학기술 부총리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얼마나 제 역할을 해주느냐다. 국가 과학기술력은 정부 단독 투자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안이다. 연구소·대학과 함께 산업계에도 이번 정책 과제들이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업의 연구개발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애로가 무엇인지 점검해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