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벤처정책에 벤처인의 기대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전자신문사가 개최한 벤처포럼에서 기술채권에 대한 언급이 구체화되면서 새로운 벤처 부흥책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기술채권과 더불어 원천기술보유회사(Seed Company)에 대한 지원이 주요 시책으로 알려지고 있다. 벤처업계의 어려움에 정부와 경제계가 관심을 갖고 지원에 나서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새로운 벤처 부흥책이 작금의 경기불황을 돌파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는 점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 벤처업계의 현상 파악과 아울러 궁극적으로 벤처정책을 통해서 국가 경제가 지향해야 할 바를 되씹어 볼 필요가 있다. 벤처업계의 투자가 냉각되고 많은 수의 벤처캐피털과 수많은 벤처가 지금도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벤처의 성공확률이 대단히 낮은 점을 감안할 때 어쩌면 처음부터 예측되었던 현상일 수 있다.
벤처업체가 현재도 8000개사에 달하는 등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창업 열기는 아직도 지속 되고 있다. 정부는 적지 않은 창업의 싹들이 나무로 자랄 수 있는 환경조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창업 후 성장과정에서 맞게 되는 자금난, 판매난, 인력난에 대해서도 세심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시책이 그동안 대기업 위주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왔음을 볼 때 유아기에 해당하는 초기 창업회사에 적절한 별도 육성책의 마련은 당연하다.
그리고 정책을 입안할 때는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기억해야 한다. 기업에는 선택과 집중을 말하면서 정작 정부는 수많은 창업보육센터와 중복된 정부과제 그리고 자금분배 시혜가 없었는지 되돌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경제가 분위기를 탄다고 한다. 몇몇 벤처인의 비리 때문에 건전한 다수의 사기가 저하되지 않도록 언론은 분별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이로써 유발되는 벤처기업계의 우수인력 이탈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벤처인들의 리스크에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은 사회 전체가 보호하고 함양해야 한다.
원천기술 보유회사의 선정과 육성에도 대단한 주의가 필요하다. 줄기세포 배아기술 같은 원천기술보다는 초기 응용기술이나 일부 모방 내지 변형기술이 대부분인 것이 우리 기술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교육이 원천기술보다는 당장 산업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응용 및 생산기술에 교수들을 내몰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원천기술을 시장에서 찾을 수 있으려면 일부 대학에나마 본래의 교육기능과 함께 기초연구의 기능을 되돌려 주어야 할 것이다. 설사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찾았다 해도 그 회사가 경영 또는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기술력에만 의존해온 많은 회사가 기술 외적인 문제로 사라진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원천기술 보유회사가 인수합병(M&A)을 통해 대기업에 합병돼 그 원천기술이 사업적 의미를 지니게 되는 모델은 종종 미국에서 그 예를 발견할 수 있으나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당할 수 있으므로 실현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아야 한다.
벤처업계는 혹독한 시절을 보내왔다. 이들은 검증된 자생력을 갖춘 조직체로서 이미 국가적인 자산으로 간주돼야 한다. 그 기술이 원천기술이든 응용기술이든, 냉혹한 시장 경제에서 나름대로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실적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경제의 단기과제가 향후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회사 한두 개라도 육성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면 창업 수에 연연하거나 찾기 힘든 원천기술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이제 청소년기에 이른 회사를 중견 회사로 육성하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 육성책은 정부 유관 부처는 물론 중소기업의 경영자를 위한 전담 경제연구소의 재정비, 금융권의 대출관행, 이공계 인력의 중소기업 유도책 등이 총체적으로 아우러진 지원체제를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술채권 등으로 조성된 자금사용처가 정치논리나 단기 경기부양책으로 변질돼 또다시 코스닥에서 머니게임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양국 아이컴포넌트 사장 ykim@I-componen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