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블로그는 열린 네트워크다

지난달 27일 연세대 글로벌 라운지에서는 ‘블로그페어’라는 좀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올해 인터넷 문화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블로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블로거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보았을 대표적인 블로그 30개를 선발해 여는 전시회다.

 바로 전날에는 블로거들과 학계, 기업 측의 패널들이 모여 ‘블로그란 무엇인가’라는 포럼을 개최했다. 2000년 국내에 첫발을 들여놓은 지 4년 만에 이용자 1000만명을 육박하는 등 ‘차세대 대안 매체’로까지 추앙받는 블로그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본 포럼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행사에 참여한 블로거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는 지금의 블로그는 블로그가 아니라는 것.

 거의 모든 포털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터넷 서점과 온라인 쇼핑몰 등 블로그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블로그의 숫자는 많아졌지만 블로그의 진정한 가치인 열린 네트워크는 점점 퇴색돼 가고 있다는 것이 블로거들의 우려였다.

 원래 블로그는 여러 이용자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최대한 보장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RSS·트랙백·퍼머링크 등과 같은, 이름도 어려운 블로그의 기능들은 모두 블로거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어떤 업체이건 사용자들은 다른 업체의 블로그를 쓰는 사람들과도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트렌드를 보면 블로거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기는커녕 닫힌 블로그로 가고 있는 듯하다. 현장에 모인 블로거들의 의견도 대체로 일치했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자기네 서비스 내에서만 블로거들이 활동하기를 바랄 수도 있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만, 이는 도리어 신규 블로그 생성과 블로거 간의 원활한 교류를 통한 시장 확대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여기저기서 제공되는 블로그들은 현재로서는 그냥 각각의 외딴 섬일 뿐이다. 블로그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블로그 본연의 가치인 열린 네트워크를 블로거들에게 보장해 주는 것, 즉 다른 섬에 사는 주민과도 만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번 ‘블로그페어’ 행사는 서비스 제공자들이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눌 때가 되었음을 알려 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행사였다.

 <김경연 야후코리아팀장 nyber3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