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조선 궁내부에 전화가 설치되면서 우리나라 근대 통신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현재의 2300만 회선에 이르기까지 급성장을 이루던 전화서비스는 포화기를 지나 커다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 당시 전화는 왜 그토록 빠르게 성장하고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지, 전화의 킬러앱적인 요소는 무엇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자. 아마도 물리적 한계를 넘어 빠르고 경제적으로 자신의 느낌, 필요한 정보, 처한 상황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즉 의사소통상의 공간축약을 구현해 준 전화서비스에 사람들은 큰 거부감 없이 반대급부를 지불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1980년 등장한 이동통신은 유선전화의 킬러앱적인 요소에 ‘이동성’과 ‘개인성’을 추가함으로써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동통신은 주요 통신수단으로 자리잡고 유선전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동통신망 콘텐츠의 대부분은 여전히 음성 트래픽이다. 즉 전달하고 싶은 것을 음성으로 전달하되 전화 수준의 유비쿼터스적 요소가 추가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1994년 이후 급성장한 인터넷을 이 측면에서 이야기해 보자. 인터넷에는 킬러앱적인 요소가 많다. 검색, 전자상거래, 디지털 콘텐츠 송수신, 미디어 재생, e메일, 커뮤니티 그리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미니홈페이지까지 다양하다.
그러면 전화에서 느꼈던 개인과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의 즐거움이 인터넷상에서는 어떻게 발생하고 있을까. 최근 많은 젊은이가 열광하고 있는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주목해보자.
필자는 요즘의 소위 ‘블로그 문화’가 유선전화가 유일한 통신수단이었던 시대의 즐거움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전달하고 싶은 콘텐츠를 음성형태가 아닌 디지털 형태로 표현 △실시간 통신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시간지연이 존재 △개인과 개인이 아니라 개인과 다수의 개인(peer to multi peer)인 점 등은 서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차이점을 뛰어넘어 서로 공유하고 교신함으로써 즐거워하고 그에 수반되는 반대급부를 기꺼이 지불한다는 점에서 둘은 동일한 속성을 갖고 있다.
한편 블로그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휴대단말기도 최근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를 내장한 PDA폰인데 이것을 통해 일상의 이야기들을 디지털화해 자신의 블로그에 바로 업로드할 수 있다. 소위 u블로그의 등장이다.
인터넷 패러다임 상에서 또 하나의 킬러앱적인 요소는 커뮤니티, 즉 ‘카페’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새로운 형태인 유비쿼터스 카페의 등장을 살펴보자. u블로그가 개인과 개인, 개인과 다수의 개인 간 전달정보를 디지털화해 실시간 전송이 가능한 문화라면 u카페는 다수의 개인과 다수의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의 유비쿼터스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장르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몇몇 포털업체가 PDA기반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PDA폰을 통해 카페에 접속하여 언제 어디서나 커뮤니티 커뮤니케이션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보다 신선한 시도는 이러한 u블로그와 u카페를 서로 묶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매우 단순한 묶음일 수 있으나 이들이 무선랜이나 이동통신 네트워크와 연결되었을 때 우리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직접 글·그림·사진·동영상으로 구성하여 언제 어디서나 친구, 온라인 이웃 또는 카페 지인에게 보낼 수 있다.
최근 이러한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인프라를 KT가 네스팟 스윙이라는 브랜드로 제공중이며, 스윙폰을 보유한 고객은 총 4만명에 이른다. 이는 작년 대비 연 571%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u카페 중 하나인 Swing is On(http://cafe.naver.com/iknowswing.cafe) 카페에서 가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u블로그나 u카페 트래픽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u커뮤니티의 성장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1896년 시작된 유선전화가 준 통신 혹은 교류의 즐거움이 인터넷 패러다임 하에서도 여전히 제공되고 있다. 다만 콘텐츠의 모양새가 다를 뿐이다. 전화의 음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던 시대에서 PDA폰과 u블로그, u카페를 통해 마음껏 다양하게 자신의 일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전화와 블로그, 의미 있는 어울림이다.
◆한원식 KT 컨버전스사업단 상무 hahn@k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