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내년 게임시장의 도전과 응전

동서고금을 통틀어 최고의 역사학자 중 한 명인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밝힌 바 있다. 말 그대로 도전과 응전이 있어야만 발전이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역사가 쓰인다는 말이다. 자연 재해나 외세의 침략을 받은 문명일수록 더욱 발전할 수 있으며, 도전에 대한 응전이야말로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라 규정한 것이다.

 올 한 해 우리나라의 게임 시장도 예년과 다름없이 지속적인 성장세가 이어졌다. 특히 수많은 도전과 응전이 있었던 한 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른 발전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온라인게임 분야의 경우 이른바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는 중론을 무색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수 년간 준비 끝에 국내 한 게임회사가 내놓은 MMORPG가 나오자마자 게임 이용자들에게서 큰 인기를 끈 것이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성공의 원인이었다.

 또 해외 온라인 게임은 국내에서 통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날려 버린 사례도 있었다. 온라인 게임 개발자들이 그 게임을 보고 방대함과 치밀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라이트 게임 중 한 회사의 레이싱 게임은 국민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 역시 레이싱게임 장르는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수 년 동안의 고정관념을 깨부순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례들은 온라인 게임 시장의 많은 선입견이 깨진 도전과 응전의 결과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게임 업계에도 많은 도전과 응전이 있었다. 다양한 네트워크 게임들이 시도됐으며, 온라인 게임과 같은 요금 제도인 월 정액제도 등장했다. 또 모바일 게임 대회가 게임 전문 방송에서 중계될 정도로 새로운 모습도 선보였다.

 아울러 차기 모바일 게임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3D 게임도 하나 둘씩 등장했다. 물론 이에 맞서는 2D 게임들의 꾸준한 질적 향상도 대단한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이러한 모바일 게임의 도전과 응전, 그에 따른 발전은 온라인 게임에 자극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모바일 게임시장 역시 많은 사람의 믿음이 바뀐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역시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 덕분이다.

 이 밖에도 한국의 한 게임회사에서 해외 시장, 특히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은 콘솔 게임을 제작했다는 것도 게임 업계의 높은 관심을 끈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온라인 게임 분야를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만든 롤플레잉게임(RPG)들이 일본의 게임들과 상당히 흡사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도 그런 시원한 뉴스로 인해 씻겨나갈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외국 게임들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아 왔고, 그것을 당당히 극복해 냄으로써 새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콘솔 게임 분야에서도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큰 획을 긋는 세계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이처럼 게임업계에 있어 2004년 한 해는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의 반복이었다. 훌륭한 역사가 계속해서 쓰여지고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도전을 시련으로 느낄 때 그 역사의 발전은 중단될 것이며, 응전을 부담으로 느낄 때 그 역사의 생명은 다하게 될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 게임 업계는 앞으로도 수많은 도전에 대해 훌륭하게 응전해 낼 것이다. 그러기에 대한민국 게임의 역사는 꾸준히 발전해 나갈 것이라 굳게 믿는다.

◆고평석 지오스큐브 사장 go@gosc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