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Korea 시리즈 결산 좌담회에서 김동환 중앙대학교 공공정책학부 교수와 최남희 국립청주대학교 교수, 하원규 ETRI 박사가 지난 2년간의 유비쿼터스에 관한 우리 사회의 변화와 의식 확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유비쿼터스 코리아 원년인 2004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거세게 불어닥친 유비쿼터스 열풍은 2004년 한 해를 뜨겁게 달궜다. 그 결과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을 연계하는 ‘u코리아 구상’이 농업화, 산업화, 정보화에 이은 새로운 IT비전으로 자리잡았다. u코리아는 과거 정보화시대의 ‘사이버코리아’와 ‘e코리아’ 계획을 뛰어넘어 21세기형 선진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역사적인 도전이다.
지난 2002년 본지가 창간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1세기 어젠다 u코리아 비전’을 시작으로 ‘유비쿼터스 혁명이 시작됐다(2003년)’, ‘유비쿼터스 혁명은 계속된다(2004년)’ 시리즈가 3년간 연재되면서 유비쿼터스는 국내 IT업계의 최고 이슈가 됐다. 그러나 한국이 유비쿼터스 혁명을 이끄는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 3∼4년간 국내 IT업계에 유비쿼터스 열풍이 불긴 했지만 체계적인 전략을 가지고 유비쿼터스 혁명을 준비하는 업체나 기관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전자신문은 2005년 새해에도 국내외 IT기업 및 연구기관들이 유비쿼터스 혁명을 준비하기 위해 실제 개발중인 각종 기술 및 서비스 사례와 제품들을 상세히 소개하는 새로운 형태의 유비쿼터스 기획시리즈를 독자 여러분께 선보일 예정이다.
u코리아 원년인 2004년을 정리하고 ‘유비쿼터스 혁명은 계속된다’ 시리즈를 최종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유비쿼터스 기술개념과 u코리아 구상을 국내 최초로 제시한 3명의 전문가를 통해 유비쿼터스 기술 및 정책 방향과 앞으로의 과제를 점검해 본다.<편집자 주>
<좌담회 참석자>
하원규 ETRI 유비쿼터스 IT전략연구센터장
김동환 중앙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최남희 국립청주과학대학 행정전산과 교수
◇하원규(ETRI 유비쿼터스IT전략연구센터장)=우리는 ‘e코리아’가 출범한 지난 2002년부터 이미 유비쿼터스를 기반으로 한 u코리아 건설을 주장해 왔다. e코리아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u코리아를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3년이라는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지금 유비쿼터스 구현에 매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자신문의 유비쿼터스 혁명 시리즈가 유비쿼터스 대중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남희(국립청주과학대학 행정전산과 교수)=전자신문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유비쿼터스 영역이 많이 개척됐다. 정보화가 불가능했던 분야가 가능한 영역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곧 공간의 확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단순한 비전의 공유였다. 아직 구체화된 것은 전혀 없다. 이젠 비전 공유나 인식만으론 곤란하다. 다양한 시각 접근과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동환(중앙대 공공정책학부 교수)=유비쿼터스란 용어가 상당히 보편화된 것은 사실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유(u)’자만 들어가도 비판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무조건 유비쿼터스를 외친다. 분명 아닌 것 같은데 유비쿼터스라고 끝까지 우긴다. 그러나 ‘Everything is Nothing’이란 말처럼 모든 것이 유비쿼터스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유비쿼터스는 단순한 컴퓨터 기술이 아니다. 성능 좋은 첨단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유비쿼터스가 아니다. 오히려 컴퓨터가 사라지는 것이 유비쿼터스다. 유비쿼터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중요하다.
◇하원규=궁극적으로 유비쿼터스는 공간(space) 전략이다.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이 융합돼 새로운 공간이 탄생한다. 우리는 이를 제3공간이라고 불렀다. 물리공간과 기술이 섞이면서 공간과 공간끼리의 컨버전스가 일어난다. 이런 공간 컨버전스가 미래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다. 그래서 유비쿼터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새로운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런 기본적인 철학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김동환=전적으로 동감한다. 유비쿼터스는 결국 공간서비스다. 특정한 기술이나 단순 디바이스 서비스가 아니다. 예를 들어, 인간이 진정 달나라를 정복했다면 성능 좋은 산소호흡기(디바이스)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구처럼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는 환경(공간 서비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유비쿼터스 공간에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들어와야 한다. 종합적인 공간 솔루션이 필요하다.
◇최남희=유비쿼터스는 단순 비즈니스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생활 공간, 즉 삶의 혁신이 중요하다. 그래서 문명사적인 접근과 시각을 가지고 유비쿼터스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물리공간으로의 회귀(back to the physical)는 마크 와이저도 강조한 개념이다. 공간 혁명을 통한 생활 혁신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 생활 혁신을 이끌어낼 공간 서비스가 곧 새로운 비즈니스다. 유럽연합(EU)이 ‘사회적 유저 인터페이스’란 개념 아래 시스템과 이용자 간 인터페이스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전자 및 물리공간의 연계와 생활 혁신이 유비쿼터스 성공의 관건이다.
◇김동환=중앙에서 통제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컴퓨팅이 유비쿼터스다. 이는 곧 분권화를 의미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참여정부의 코드 역시 분권과 지방화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도시도 지방분권 정책의 일환이다. 중앙집권식은 공간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공간의 지능화다. 참여정부와 참여정부의 코드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 국민의 정부가 지식혁명을 화두로 삼았다면 참여정부는 유비쿼터스 혁명을 정책의 기본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공간지능화를 통해 분권화를 이뤄내야 한다.
◇최남희=불과 20년 정도면 컴퓨터는 최고의 발전 단계에 도달한다. 지금이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까지 기존의 틀에 얽매여 있다. 미래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것이 혁신의 대상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은 답이 없다. 분명한 것은 기술 발전이 생활 공간의 혁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과거의 비즈니스나 정보화 전략수립(ISP) 방식으로는 안 된다. 새로운 창의적 접근과 사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빛이 밝으면 그만큼 그림자도 어두운 법이다. ‘5Any’는 곧 모든 부작용의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언제·어디서나 연결된다는 것은 언제·어디서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역기능 문제가 해결 안되면 아무리 좋은 비전이라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자와 물리공간이 연계되면 사이버 살인처럼 전자공간을 통해 물리공간을 직접 위협할 수도 있다. 초감시사회, 프라이버시 침해 등 유비쿼터스 역기능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
◇하원규=안전(safty), 고요(calm) 등 인간이 원하는 IT환경이야말로 마크 와이저가 제창한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기본 정신이다. 언제나 회복가능한 컴퓨팅, 파괴 불가능한 IT 환경은 유비쿼터스 기술과 제3공간을 통해 구현된다. 고령화, 도시화, 균형발전 등 미래 사회의 각종 문제도 정보기술(IT)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때문에 유비쿼터스가 해답이 될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이 인터넷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계 선진국들도 부러워하는 정보 인프라를 일궈냈다. 마찬가지로 향후 10년간 유비쿼터스에 매진한다면 한국은 정보화에 이어 유비쿼터스 시대의 선도국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강력한 국민적 에너지와 지도자의 리더십 그리고 첨단 기술 인프라 등을 하나로 합쳐 유비쿼터스 혁명을 위한 총동원체제로 나가야 할 시점이다.
정리=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